며칠 전 우리나라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1분기 순익이 1조9천억원을 달성해 창사이래 최고 영업실적을 냈다고 떠들썩했다. 기업의 회계시스템은 크게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 등의 재무제표와 같이 외부이해관계자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재무회계와 제품별 원가보고서와 같이 내부이해관계자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관리회계로 구분할 수 있다. 실적발표는 외부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재무제표 정보를 제공하는 재무회계시스템의 책임이다.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한 장소는 증권거래소인데,투자자들이 재무회계 정보의 핵심적인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기별 실적발표 내용에 휴대전화기 특정 모델의 제품원가와 그 원가구조,판매가에 대비한 수익성,해당 모델의 목표매출 대비 실적 등 기업 내부관리 및 전략적 의사결정에 기초가 되는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는 삼성전자의 생산.영업책임자,제품책임자 등 즉 기업 내부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리회계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작성하는 재무제표는 투자자들이 투자대상을 물색할 때 유용한 정보이기 때문에 객관성 및 비교가능성 등이 중요하다. 따라서 모든 기업들이 일정한 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이를 한국에서는 기업회계기준이라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기업들이 "회계투명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기업들이 기업회계기준을 따르지 않고 매출을 부풀리거나,부채를 축소하는 등 이른바 다양한 "분식회계" 방법을 동원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재무회계의 신뢰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인회계사들은 기업들이 작성한 재무제표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되었는가를 인증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엔론사태는 그 인증작업을 소홀히 한 부실감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는 달리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휴대전화기의 모델별 원가계산방법,원가보고빈도와 양식 등에 대해서는 외부에 보고할 의무도 없고,기업내부에서 결정한 기준에 따르면 된다. 외부적으로 강요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재무회계정보를 경영의사결정에 잘못 사용=재무회계정보가 원래 외부보고 목적의 재무제표 작성에 사용되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내부의사결정 목적에 아무런 수정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를 들어 보자. 동일한 모델의 설비인데,서울 공장은 올해 구입한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절세목적으로 가속 상각을 하여 50%의 감가 상각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인천공장은 같은 설비를 3년전에 구입해 이미 감가상각이 거의 끝이 난 상태이다. 공장별로 제품원가를 계산하면 어떻게 나올까? 신설비의 감가상각비 때문에 서울공장의 제품원가는 인천공장의 제품원가보다 높이 나올 것이다. 만약에 원가에 일정마진을 붙여 수주가격을 결정한다면 서울공장은 당분간 수주가 쉽지 않고 인천공장에 주문이 몰릴 것이다. 서울공장의 수주가 어려워지면,생산량의 감소로 단위당 원가는 계속 높아져 결국 죽음의 싸이클이 시작되는 것이다. 수주가격 결정을 위한 원가계산에서 재무회계에서 정한 감가상각비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동일한 설비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감가상각비가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내부 경영의사결정 목적에 재무회계 정보를 수정 없이 사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재무회계정보는 성과평가의 왜곡을 초래=지식자산,지적자본(intellectual capital)은 경제신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재무제표에 지식자산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항목은 하나도 없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값은 97년을 기준으로 39조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라는 자산항목은 코카콜라의 대차대조표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이미지제고를 위해 홍보활동을 하거나 지식자산 창출을 위해 교육훈련을 할 경우 기업의 브랜드가치 지식자산과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는 증가하겠지만 기업회계기준에 의하면 오히려 손익계산서상의 비용으로 기록되어 회계이익이 감소한다. 만약 당신이 책임지고 있는 사업부 성과평가를 재무회계상의 이익으로 한다면 당기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투자를 게을리 해 조직전체의 장기적 성장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재무회계 정보를 이용하여 성과를 평가할 때 초래되는 역기능에 많은 주의를 요한다. 관리회계와 재무회계에서 "회계"라는 단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사실 고객도 다르고 제공해야 할 정보의 특성도 전혀 다르다. 재무회계정보는 모든 기업이 기업회계기준이라는 정형화된 기준을 따라서 동일하게 작성하면 그만이지만 관리회계정보는 기업이 처한 환경에 따라,산업에 따라 사용자의 의사결정 목적에 따라 정보의 내용,정보 산출과 제공방식 등을 얼마든지 달리하여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관리 회계담당자는 기업회계기준에天탔訣?말고 기업내부의 고객 요구에 맞도록 관리회계 시스템을 설계할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재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한경-매니저소사이어티 공동기획 www.managersoocie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