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머리카락 보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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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나 탈모로 인한 고통은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20∼30대 여성 80%가 다른 조건이 다 좋아도 대머리면 싫고, 남성의 80% 또한 대머리는 사회생활상 불리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대한 피부과개원의협의회).
그런데도 국내의 탈모 환자는 갈수록 늘어나 20세이상 남성만 3백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여성의 탈모현상도 심화된다는 보고다.
경북대병원 피부과에서 5년간 치료한 환자를 분석했더니 연령별로는 20대(46.9%)ㆍ30대ㆍ10대ㆍ40대 순이고 남녀비 또한 68 대 32였다는 것이다.
탈모의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과잉 분비, 모근의 에너지 부족 등이 이유라지만 최근엔 스트레스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혈액형관련설도 대두됐다. O형은 빠지기 시작하면 금방 대머리가 되지만 A형 B형은 몽땅 벗겨지진 않고 AB형엔 심한 대머리가 적다는 얘기다.
실제 O형이 절반인 미국인에겐 이마가 넓어지는 형, A형 B형이 많은 한국인에겐 정수리쪽이 비는 형이 많다고 한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탈모 억제와 치료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건 발모촉진제와 모발이식술 정도다.
발모제로 널리 쓰이는 미녹시딜은 고혈압치료용으로 개발됐다가 처치환자들에게 다모증이 생기는 바람에 탈모증치료제로 원용된 경우로 전해진다.
모발이식술로는 뒤통수 머리카락 일부를 한꺼번에 떼어 심는 '모낭군(群)이식술'이 효과적이라는 소식이다.
미국에선 아예 머리카락 보관업이 생겼다는 보도다. 대머리로 고생하는 5천만명을 위해 머리카락을 저장했다 복제에 따른 대머리치료법이 완성되면 준다는 발상이다.
같은 날 영국에선 남녀 50만명의 유전자정보를 저장할 '바이오뱅크'를 설립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유전인자를 연구, 개인별 맞춤약을 제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정말 20년쯤 뒤면 불로장생약이 만들어지거나 영화 'AI(Artificial Intelligence)'에서처럼 머리카락만으로 복제되는 인간이 등장할 수도 있는 걸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