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할 일 .. 裵洵勳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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裵洵勳 < KAIST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
최근 스위스 IMD는 매년 정규적으로 발표하는 각국의 경쟁력 순위를 발표했다.
49개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절반 이하에서 맴돌고 있다.
일본이 근년에 와서 우리보다 더 아래 순위에 있다는 것은 위안이 되는 일이지만,말레이시아가 한순위 앞서 있다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니다.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과는 달라서 당장 수출에 영향을 받는다든가 수익률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지만,외국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결정 요소의 하나이니 무시할 수도 없다.
우리의 취약 분야는 정부·노동·생활수준 등이다.
정부의 효율성이나 노동의 근로조건이나,생활수준이 현저하게 개선되는데도 불구하고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투명성이 문제인 것 같다.
우선 정부 부문에서 과거 4년 동안 규제 혁파의 집중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규제왕국처럼 보이는 이유는 규제 건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우선 정해진 법규를 우리 관행이나 여건으로 보아 쉽게 지킬 수 없고 법의 집행이 임의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검찰이 조사만 하면 대부분 불법으로 판정된다.
대부분의 검찰 조사는 모두가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제한돼 있고,대상 선정도 임의적인 요소가 많다.특정 기업이 정부의 뜻을 거스르면 세무 사찰을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생산적인 관행이나 문화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일어난 부정부패를 사법처리하고 역사를 바로잡는다고 했으나 집권층의 비리는 계속 되기 때문에 일부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국가경쟁력은 개선되지 않는다.
경제성장이 수출 지향에서 이제는 내수 성장에 의존하면서 우리의 경제 마인드에도 새로운 전향이 필요하다.
IT와 관련해서는 내수 시장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선진국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에 앞서서 새로운 기술이 상업화하고 소비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경제적 타당성이 희박하다 하여 아직 보급이 미진한 초고속망을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전화선 같이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가계에 주는 부담이 과도하다는 불평도 없다.
그러나 세계는 우리가 초고속망을 활용해 어떻게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가를 배우려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세계 최초로 발명한 금속활자 같은 세계적인 발명품은 있지만 우리의 생활 문화가 세계를 선도한 일은 없다.
이미 구축된 초고속망을 우리 생활에 적극 끌어들이면 투명성 문제는 조속히 해결될 수 있는 물리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아직도 선행돼야 하는 문제가 투명해 지려는 국민의 의지이다.
최근에 타본 미국 항공기에서는 승무원이 친절보다는 기내에 설정된 규칙을 집행하는 경찰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친절을 강조하고 고객의 불편을 감안해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묵인하고 지나는 관행은 과거 미국에도 있었다.
그러나 소홀한 작업으로 미국 자동차 품질이 일본에 뒤지면서 미국의 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고,제조업이 도산하면서 공동화가 발생한 후 미국은 지난 20여년간 노력한 결과 IT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경쟁력을 회복했다.
반면에 일본은 아직도 기득권층인 보수세력이 과거 향수를 가지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상징적인 일본의 정체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제 세계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개발 투자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경쟁력은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달성할 수 있고 사회가 투명하지 않으면 모두가 합의하고 동참할 수 없다.
투명성은 과거의 비리를 밝혀내고 단죄하는 것으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민주정권을 통해 값비싼 경험을 했다.
이번 지방자치제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는 비리 폭로 경쟁을 지양하고 투명한 사회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사회의 투명성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누구나 쉽게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공동사회의 규범을 만들고 누구나 예외 없이 지키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개혁은 IT망 구축이 세계에서 제일 앞서가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soonhoo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