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 약세가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달러시세가 유로화에 대해선 물론이고 엔화에 대해서도 몇달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뉴욕증시 등 세계 주요증시가 연일 급락했고 금값이 2년만에 최고로 치솟는가 하면 국제유가도 들먹이고 있다. 이렇게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친 배경에는 중동사태에 대한 우려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달러약세로 인한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풀이된다. 어쨌든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주목해야 할 상황임에 틀림없다. 수출이 14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시점이고 거시정책기조 전환을 놓고 논란이 있는 미묘한 때라서 더욱 그렇다. 달러화 급락 가능성을 제기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미 경상수지적자 확대와 증시냉각을 달러약세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미 경상수지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는 5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6%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통화가치가 40% 가량 평가절하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달러화가 기축통화고 미국이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개도국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실제로 지난 몇년 동안 미 경상수지적자의 대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강세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달러약세의 폭이 제한된 범위안에 머물고 지속기간도 단기간에만 그쳐준다면 결과적으로 세계경제 불안요인인 미 경상수지적자를 축소시키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최근 달러약세의 직접적인 원인은 엔론사태로 촉발된 회계불신과 예상보다 부진한 미국기업 실적으로 인한 주가하락 탓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이는 그동안 막대한 경상수지적자를 메워준 외자유입이 최근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문제는 달러회복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에 있다. 주가가 회복되려면 기업실적 개선과 경기상승세 지속이 관건이고 그러자면 소비지출 증가세가 지속돼야 하는데,소비지출 증가는 경상수지적자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책목표간 마찰이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달러약세가 외자유출을 촉발하고 이것이 다시 달러약세를 심화시키는 악순환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경기회복에 대한 성급한 낙관을 삼가고 구조조정 지속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 유지와 지속적인 외자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