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하이닉스 재협상 하겠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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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이사회가 매각 양해각서(MOU)를 전원일치로 거부키로 의결한 것은 나름대로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곧바로 유감을 표명하고 "신규 자금지원 불가"를 재천명하는 등 불쾌한 심사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고 본다.
이번 MOU 부결 사태는 사안 자체가 갖고 있는 복잡성과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그리고 이해상충 구조가 빚어낸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부채탕감 등 금융지원이 절실한 회사가 채권단의 결정을 뒤집은 것은 분명 문제라 하겠지만 그렇다고 회사(잔존법인)의 전도가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조건 채권단을 따를 수도 없었던 이사회에도 고민은 많았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하겠다.
여러가지 직간접적인 부작용이 예상되고 시간이 가면서 더욱 복잡한 후유증이 나타날 개연성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신용의 하락까지 걱정하는 것은 다소의 과장이라고 하겠지만 당장 D램 국제시세가 급락세로 돌아서는 등은 분명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론 마이크론이 새로운 협상조건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마이크론측은 대변인을 통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여운을 남기고 있고 정부 역시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재협상에 매달리기보다는 협상은 결렬됐다는 것을 전제로 후속조치를 구상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 아닐지 모르겠다.
재협상을 하더라도 마이크론측이 당초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고 어차피 잔존법인의 사활 문제가 걸려 있다면 이 역시 언젠가는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매각 외엔 선택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자세였지만 쫓기기라도 하는 듯 서두른 나머지 헐값 논쟁을 증폭시키고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던 측변도 부인할 수는 없다.
채권단의 희생이 따르기는 하겠지만 독자생존이 가능한 정도의 채무 조정이 있어야 적정한 가격을 받고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문제는 선후를 어떻게 정하느냐는 전걍의 문레라고 할 텐데 정부 당국자들이 "독자생존의 경우 자금 지원이나 부채 탕감은 불가"라며 미리부터 선을 긋는 것이 사태해결에 꼭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회사측은 무엇이 과연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보다 진지하고 이성적으로 따져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