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3:31
수정2006.04.02 13:34
삼성전자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탄탄한 해외 거점들이 큰 몫을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생산 및 판매 법인 혹은 지점 연구소 등의 형태로 47개국에 진출해 있다.
해외 거점은 본사와 유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사업효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거의 전 사업장이 지금은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이 효율적 글로벌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은 나름대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글로벌 전략은 한마디로 '디지털 고부가 상품의 생산 판매'로 압축할 수 있다.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 월마트에조차 물건을 넣지 않을 정도다.
◆선(先)시스템 후(後) 가동 원칙 정립=1997년 외환 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삼성전자는 해외 투자를 외형 위주의 성장논리로 결정했다.
이를 테면 인건비 등 단순 우위를 비교해 투자하거나 경쟁사가 들어가면 뒤질세라 진출하기 일쑤였다.
투자 목적도 무역규제에 대응하거나 제조 단가를 낮춤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맞춰졌다.
해외 진출 측면에서 다른 기업과의 차별성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사전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채 서둘러 공장을 돌리기에 바빴다.
물량 위주의 경영은 재고 및 채권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97년까지 재고 및 채권보유 평균 일수는 각각 41일과 55일에 달했다.
당연히 차입금이 늘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적자가 심화되고 재무리스크가 커지면서 대형 부실이 발생할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외환위기로 달러 한푼이 아쉽던 지난 97년의 경우도 삼성전자 해외 법인은 총 6억7천만달러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해외 법인의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정상적인 경영이 될리 없다.
심지어는 해외 거점이 본사의 경쟁력을 손상한다는 우려조차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기본에 충실하자(Back to the basic)'는 것.
우선 재무구조를 견실화할 수 있도록 97년부터 2년여동안 총 13억달러를 증자해 자기자본비율을 4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한편으로는 부실 및 투자목적을 상실한 법인 수십개를 청산했다.
이 회사 해외지원팀 김진식 부장은 "해외의 경우는 진출할 때보다 철수하는 것이 10배이상 힘들더라"며 당시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덕분에 삼성전자의 해외 거점은 경쟁력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공장을 돌리거나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지난 98년 진출한 중국 톈진의 모니터 공장은 진출 1년만에 흑자 기조를 구축하고 진출 2년만에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
삼성전자의 모든 해외 법인들이 흑자를 내고 있는 이유도 같은 데 있다.
◆철저한 경영진단=해외 거점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파악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매년 한차례 이상 경영진단을 실시한다.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없애자는 취지다.
해마다 5∼6월이면 본사 재무관련 임직원은 90여개 해외거점에 대한 경영진단을 위해 세계 각지로 떠난다.
1개 거점당 파견 인원은 3명.
4∼5일간 치밀하게 사업현황을 분석한다.
새로운 이슈가 발생해 집중 진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10여명이 팀을 이뤄 현지에 파견된다.
단순히 흠을 잡으려는 감사가 아니다.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미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업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경영컨설팅에 가깝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해외 거점은 '리틀 삼성전자'다.
체질과 경쟁력면에서 충분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법인장의 기능도 단순히 생산과 판매에 한정되지 않는다.
본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법인에서 목표한 수익을 반드시 내는 경영자가 돼야 한다.
◆본사의 지원체제=삼성전자는 전 세계 해외법인에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구축했다.
58개 해외법인의 업무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삼성은 전세계 해외법인의 경영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서울에 앉아서도 해외법인의 판매 물류 수출입 상황 등을 면밀하게 체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따라 경영 의사결정도 대폭 빨라져 본사와 해외 거점간 협력도 원활해졌다.
최도석 경영지원 총괄 사장은 "해외법인까지 포함하는 ERP가 완성되면서 삼성전자는 확고한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갖게 됐으며 디지털 e컴퍼니로 변신할 수 있는 기본 여건도 완비케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해외법인에 파견되는 인력은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법인장 교육과정까지 따로 마련할 정도다.
인사 이동에 따른 업무 공백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해외 업무와 관련한 매뉴얼도 만들었다.
◆적극적인 현지화=삼성의 거점은 철저한 현지화가 원칙이다.
현지화 없이는 경쟁력도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중국 웨이하이(威海)시에는 산싱루(三星路)가 있다.
산둥성 정부가 삼성법인이 있는 인근 1㎞의 명칭을 이렇게 정했다.
오는 2051년말까지 50년동안 산싱루라는 도로명을 사용하고 광고판도 세울 수 있다.
그만큼 삼성이 현지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도로 명칭을 제공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이 지역에 프린터공장을 세운 데 대해 중국측이 보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이 전자 사장단에게 "우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면서도 현지 지역에서 원하는 그런 해외사업을 적극 개발하라"고 당부한 이후 해외진출 부문에서는 이같은 윈-윈(win-win) 전략이 자리를 잡게 됐다.
크게 보고 길게 생각하는 게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전략이다.
지난 95년 영국 윈야드 복합단지 준공식에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까지 참석할 정도였다.
삼성의 해외 투자는 그만큼 현지 국가의 관심사가 된다는 뜻이다.
삼성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 앞으로도 글로벌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더욱 힘쓸 계획이다.
현지인 채용 측면에서도 삼성의 위상에 걸맞은 최고 인재를 뽑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은 현지 채용인을 A B C D 4등급으로 분류한다.
이들중 C D등급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정리대상이다.
현지법인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회사가 어려울 때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 사람들도 내보내는게 원칙이다.
삼성이 최고의 인재로 일등주의를 추구해 나가는 것은 해외에서도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특별취재팀=이봉구 산업담당부국장(팀장),강현철,이익원,조주현,김성택,이심기,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