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票바라기' 선심 .. 市 장기계획 묵살 일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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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의회의 '선심성 표결'이 만연하고 있다.
오는 6월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 '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주민 이기주의에 편승하는 조짐이 역력하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서 어렵사리 마련한 법안을 가차 없이 '퇴짜' 놓는가 하면 소수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를 편파적으로 수용해 빈축을 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서울시의회의 오피스텔 용적률 규제 백지화가 대표적인 사례.
서울시는 상업지역내 오피스텔 용적률을 현행 8백%에서 5백%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이 아파트처럼 주거용으로 분양됨으로써 주차난과 교통난을 부채질한다고 보고 제동을 걸기로 한 것.
이에 대해 토지주 분양업체 시공업체 등이 분양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강력히 반발하자 서울시의회는 지난 30일 시의 용적률 하향조정안을 전격적으로 부결시켜 버렸다.
시의회가 자치단체의 장기 도시발전계획을 무시하고 개발 이득을 극대화하는 데만 관심을 가진 민원인의 편을 든 것이다.
한 서울시 의원은 "선거 직전에 유권자가 반대하는 안건을 굳이 통과시킬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용적률 규제는 결국 차기 시장과 차기 의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시의회가 선거를 의식해서 부결시켰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주차장 설치 기준을 '가구당 0,7대'에서 '가구당 1대'로 강화하는 방안도 시의회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표류하고 있다.
서울시는 주택가의 만성적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선 주차장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세대.다가구를 지으려면 주택소유주나 시공업체들은 주차대수를 늘리는 만큼 분양가구수를 줄여야 하고 이 경우 사업이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 장기도시계획 차원에선 주차대수 확대가 바람직한데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민원인들의 표를 의식한 나머지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의회의 마을버스 폐지 결정은 지역업계의 입김에 좌우된 케이스.
인천시의회는 얼마전 마을버스 4백99대를 모두 시내버스로 전환하는 조례안을 의원발의로 통과시켰다.
그 결과 마을버스 요금이 4백원에서 6백원으로 오르게 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지방선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몇몇 버스업계의 로비에 놀아났다"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그동안 부채 과다를 이유로 부산시측에서 요구하는 대형 건설사업안을 부결시켜 왔으나 최근들어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
2백53억원의 건설비가 들어가는 남항대교 공사를 놓고 작년까진 국비확보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거부하다가 얼마전에 전격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
시 공무원들은 "선거가 가까워 오자 의원들의 태도가 돌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남 순천시의회의 경우 올해 시 예산 편성 때 농업기반조성 시설비, 하천 관리비 등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려 잡아 순천시를 고민에 빠뜨렸다.
순천 YMCA 등 시민단체들은 "악화일로인 시의 재정상황을 외면한 주민 인기만을 염두에 둔 선거용"이라면서 "관련 공사는 대부분 수의계약 대상이어서 지역업자들에게 '누이좋고 매부좋고' 식으로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하고 있다.
광주시의회도 시내버스 재정적자 노선에 대한 15억원 지원과 영락공원 재정적자 보전용으로 7억원을 배정하는 안을 통과시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예년에는 대폭 삭감됐던 부문인데 올해엔 선거를 의식해서 파격적으로 증액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김태현.김희영.최성국.주용석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