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유로권에 부는 우익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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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 우익 정당이 이끄는 나라는 스페인과 아일랜드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말께면 유럽연합(EU)의 15개 회원국중 좌익 주도의 행정부가 통치하는 국가는 스웨덴 벨기에 그리스 등 3개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화는 유로화의 출범이 유럽에 새로운 사회주의 시대를 열 것이라는 그동안의 기대와는 상반된 것이다.
유럽의 좌파세력들은 브뤼셀의 관료제가 새로운 모습의 대륙을 재창조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왔으나,프랑스에까지 불어닥친 우익열풍은 이같은 기대를 깼다.
유로화에 대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사실은 3년반만에 유럽대륙을 단일 통화정책권으로 통일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대안을 빼앗아 갔다.
일부 국가는 이따금 유럽중앙은행(ECB)에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으나,빔 뒤젠베르크 ECB총재는 늘 이를 거부해 왔다.
유로화 출범으로 유럽은 분명 새로운 경제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자국의 통화를 조절하는 대신 각국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정책을 펴야 했다.
이같은 현실은 아일랜드와 같은 나라에는 이득이 됐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이 12.5%로 유럽 국가중에서 가장 낮다.
한때 가난에 찌들었던 이민자들의 나라는 이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8천5백달러에 이르는 부국이 됐다.
이는 유럽에서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단일 통화의 출범은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회원국들에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었다.
높은 세율과 경직된 노동시장이 그것이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르루스코니 총리는 "이탈리아에서는 근로자를 해고시키는 것보다 부인과 이혼하는 게 더 쉽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기업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놓고 노조와 사생결단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극우주의자 장 마리 르펜이 얼마 전 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 2위를 한 것은 이민이나 ECB 또는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한 항거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미국 대선에서 번번이 패한 좌파세력인 팻 부캐넌-랠프 네이더 할로윈 연합의 주장과 일맥 상통한다.
하지만 프랑스의 향후 정치적 행보는 비주류인 르펜의 극우파보다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우파가 좌우할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20% 가까운 득표를 했다.
그는 소득세를 3분1 삭감하고 에너지 산업을 자유화하자고 주장해왔다.
자유시장 경제를 가장 신봉하는 대선 후보였던 알레인 마델린은 4%를 약간 넘는 득표를 했다.
프랑스 유권자 4명중 1명이 경제운용 방향을 친 시장경제로 트는 데 동의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라크 대통령이 이제 진정한 경제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5일 치러질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르펜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를 것이 확실시된다.
시라크의 당이 만일 오는 6월의 의회선거에서 승리해 집권당이 된다면 그는 통치프로그램을 새로 짤 수 있을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최근 TV토론회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우려하는 일부 유권자들에게 "당신들이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외국기업이 문을 닫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다른 3개 공장이 문을 열도록 프랑스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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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The Euro's Right Turn'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