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중국친구와 중국의 지방색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허난(河南)성이 화제로 올랐다.
친구는 "허난성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말했다.
"같은 중국인인데 왜 그러느냐"는 질문에 "그들 중 범죄자가 많고,지식수준이 낮다"는 답이 돌아왔다.
허난성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이와 비슷하다.
언론에도 '허난 사람들은 악마 같은 존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기까지 했다.
'중국판 지역감정'이다.
허난성은 고대 중국 역사의 주 무대였던 '중원(中原)'이 자리잡고 있다.
뤄양(洛陽) 정저우(鄭州) 카이펑(開封)등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과 함께 황하문명의 본거지였다.
그런 허난성이 중국인들로부터 질시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사회학 학자들은 "개혁 개방의 후유증이 낳은 사회적 병리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허난성은 내륙 지역이다.
개혁개방 정책으로부터 소외됐다.
산둥(山東) 허베이(河北) 톈진(天津)등 연안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외국 투자기업은 허난성을 외면했다.
대기업도 적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허난성에는 가짜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경제난 극복을 위한 탈출구였을 것이다.
허난성은 '가짜상품 공급기지'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면화에 돌을 넣어 판매한 사건 등 허난성의 범죄사건이 90년대 초 잇따라 터지면서 부정적 시각을 낳게 했다는 해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제적 요인에 '한족 우월주의에 대한 반발 심리'가 겹쳐 지역 차별을 부채질했다고 분석한다.
허난 사람들은 역사적 자긍심이 높다.
다른 지역 중국인들은 '잘 살지도 못하면서 콧대만 높은 사람들'이라고 그들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중원을 해부한다(解讀中原)'라는 책이 출판돼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언론도 요즘'허난성 병리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들의 결론은 '우리 모두 중국인이다'라는 것이다.
허난성 지역차별의 심각성을 반증한다.
허난성 '중원'에 지난 20년 동안 숨가쁘게 진행된 개혁 개방의 후유증이 짙게 깔려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