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이냐, 가격이냐.'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문제를 놓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산하 매각심사소위원회(위원장 어윤대 고려대 교수)가 한 달여 동안 입씨름을 계속하고 있다. 한화의 인수 자격에 대한 '철 지난' 논란은 그만 접고 가격협상 단계로 빨리 넘어가자는 의견과, 대생에 공적자금을 3조5천5백억원이나 투입한 만큼 인수 자격을 엄격히 따져 재부실화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최근 정부측 고위 당국자들이 대생 처리와 관련해 던진 말들이 소위의 논쟁에 불을 지피는 양상도 엿보인다. 소위는 지난 4월 초 대생 지분 1백%를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인수 희망자인 한화와 인수가격(주당 1천5백원선, 총 자산가치 1조6백50억원)에 대략 합의를 본 뒤 총 6차례에 걸쳐 자격심사 회의를 가졌으나 여태껏 한 발짝의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다. 소위는 2일에도 회의를 가졌으나 오는 9일 다시 회의를 갖는다는 결론만 도출했다. 소위 관계자는 "한화의 인수자격을 깐깐하게 따지는 위원들이 적지 않아 결정이 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민간위원은 "당장은 지분 51%를 싼 가격에 팔더라도 인수업체가 경영을 잘하면 나머지 잔여지분의 정리를 통해 투입된 공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다"며 "인수희망자의 재무건전성 등 자격 요건을 꼼꼼하게 살펴보는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일부 위원들이 까다롭게 구는 데는 지난달 24일 전윤철 신임 부총리가 "대생 매각은 인수자의 자격 요건보다는 매각금액이 더 중요하다"고 언급한데 대한 '몽니 부리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민간위원은 "정부 인사들이 구조조정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느낌"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민간위원들의 이런 반발로 인해 당초 지난달 말로 예상됐던 대상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기한 예상조차 불가능한 상태가 돼 버렸다. 이처럼 대생 매각 일정이 표류를 거듭하면서 '칼자루'를 쥔 매각소위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아졌다. 일각에서는 "매각소위가 책임질 일을 자꾸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현재 매각소위에는 어윤대 교수를 비롯 유재한 공자위 사무국장,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유시왕 삼성증권 경영고문, 정민근 안건회계법인 전무 등 5명이 참여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