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하이닉스 인수 왜 철회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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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왜 철회했나.
마이크론은 하이닉스반도체및 채권단과의 협상이 당초 예상보다 시간을 오래 끌어 지친데다 D램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탈출하자 인수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이 협상을 포기한 이유는 우선 시간여유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잔존법인의 생존방안이 미흡하다는 들어 협상안을 부결시킨 이상 협상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상당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하이닉스 경영진교체에만도 2개월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뒤에 정밀실사를 거쳐 본계약과 최종마무리까지 가려면 내년봄께나 인수작업이 끝난다는 계산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째 협상을 끌어왔다.
당초 지난연말까지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는 목표였으나 수차례 지연됐다.
양측은 그동안 설비투자를 미루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더이상 기다리다가는 투자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것이다.
하이닉스 직원들의 반대가 워낙 강해 핵심인력이 고용을 거부하거나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는 직원들의 99.3%로 부터 매각반대서명을 받았었다.
여기에다 한국측에서 정부와 채권단,하이닉스 등 협상당사자가 셋이나 돼 혼선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미 채권단 내부,채권단과 하이닉스간 혼선으로 시간이 지연돼 왔던 터였다.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사장은 실제 "많은 관련당사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수 없었다"고 한국측 협상파트너의 혼선을 큰 문제로 꼽았다.
마이크론은 또 반도체 D램 가격이 사상최저수준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12월 협상시작 당시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하이닉스와 손잡지 않고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마이크론은 지난 2월까지 5개 분기동안 연속적자를 기록하는 등 하이닉스만큼 실적악화에 시달려왔다.
하이닉스를 인수,D램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위기탈출의 돌파구로 삼으려 했으나 이제 그 절박성이 크게 완화된 셈이다.
마이크론은 이미 도시바의 미국공장을 인수한 상태다.
미국의 현지언론들은 가장 큰 경쟁상대였던 하이닉스의 실상과 정보를 충분히 파악한 점만으로도 큰 소득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하이닉스반도체는 마이크론의 매각발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부터 협상결렬을 예상하고 독자생존추진을 표명한 만큼 담담한 표정이다.
또 정부와 채권단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에서도 발언을 삼가고 있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정부와 채권단이 부채탕감 등 지원방안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를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