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서울 사이에는 시차가 없습니다." 최근 뉴욕증시가 다시 영향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증시가 수급 불균형과 모멘텀 공백으로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뉴욕증시 등락에 따라 희비가 교차되는 모습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마치 다우지수 10,000선과 나스닥지수 1,700선의 돌파와 붕괴 여부가 매수와 매도를 결정짓는 가늠자라도 되듯이 새벽을 뜬눈으로 지샌 이후의 동시호가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최근 급락에 따른 과매도 시점에서 다우지수 10,000선 회복과 함께 큰 폭의 반등의 일궈낸 증시는 20일 이동평균선을 향해 추가 상승을 도모할 전망이다. 그러나 상승 여력보다는 하강 압력이 강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단기 접근이 바람직하겠다. 수출 회복이 기대했던 것 만큼 뚜렷한 증가신호를 보내지 않은 가운데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속에 뉴욕증시의 안정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옵션만기를 앞둔 매물청산, 외국인 매도 공세 등으로 악화된 수급여건도 부담이다. ◆ 제한적 종목장세 예상 = 637종목 상승. 올들어 가장 많은 종목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실제 지수상승률에 비해 체감상승폭이 컸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무차별적인 상승은 그러나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수관련주의 동선이 제약되고 매수주체의 연속성을 자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낙폭과대 논리가 적용되는 실적주, 단기 테마형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월드컵, 지방선거 관련주, 은행주 등으로 제한적 종목장세를 대비하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 고객예탁금 추이를 감안할 때 장세를 주도한 개인의 견인력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달 30일 현재 고객예탁금은 전날보다 3,100억원 감소한 11조6866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의 매수여력을 나타내는 고객예탁금은 최근 12조원을 중심으로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또 지수관련주의 경우 나흘 앞으로 다가온 옵션만기와 외국인 매도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뉴욕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에서 7일, 코스닥에서 9일 연속 매도우위를 지속했다. 옵션만기도 대비할 시점이다. 1조2,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매수차익잔고는 만기가 아니더라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증시관계자들은 옵션과 관련된 매물이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수차익잔고 청산을 유도하는 현선물간 격차인 시장베이시스가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으로 백워데이션을 가리키며 거래를 마쳤다. 프로그램 매물이 분산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분산과 집중 모두 하강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사실이다. ◆ 펀더멘털 약화 = 거래소와 코스닥이 모두 급반등에 성공하며 급락세가 추스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정 국면 내의 기술적 반등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가격메리트가 증가하면서 매수세를 불러냈지만 펀더멘털은 오히려 약화됐다. 국내에서는 강력한 모멘텀으로 역할을 기대했던 수출이 상승의 주연이기를 포기했다. 지난 4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9.7% 늘어 14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당초 기대했던 두자릿수 증가율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4월 수출 증가율은 조업일수 증가에 따른 부분을 고려하면 5.1%에 불과하다. 5월, 6월은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 실적이 그리 나빴던 편이 아니어서 두자릿수 수출회복은 하반기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원 환율이 5개월중 최저수준을 나타내고 128메가SD램이 3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수출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점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역시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에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급관리기구(ISM)의 4월 제조업지수는 전달 55.6에서 53.9로 낮아졌고 컨퍼런스보드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도 3월 110.7에서 108.8로 하락했다. 이는 뉴욕증시 반등에 큰 기대를 걸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어닝시즌을 거친 뉴욕증시가 '더블딥' 우려를 어떻게 버텨낼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주말을 앞두고 4월 고용동향, ISM의 4월 서비스업지수 등이 발표된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