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조정制 적용 거론 .. 매각무산 '하이닉스號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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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협상 종결을 선언한데 대해 정부와 채권단은 "충분히 예상했던 상황"이라며 다음 단계의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방향 논의에 들어갔다.
정부와 채권단이 내세우는 대원칙은 '이제부터는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운명을 주도한다'는 것.
이를 위해 채권회수 및 갱생절차를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사전조정제도(pre-packaged bankruptcy)' 적용도 거론하고 있다.
◆ 앞으로 처리 방향은 =협상종결이 확실하다면 예상해 볼 수 있는 진로는 △제 3자매각 △독자생존 △법정관리 등 세 가지.
이중 3자 매각은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게 정부나 채권단의 지배적 견해다.
독일 인피니언은 대만의 난야와 손을 잡았다.
그외에는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이 별로 없는 상태다.
하이닉스를 법정관리에 넣는 것도 현상태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하이닉스의 재무상태가 아직 법정관리에 넣을 만큼 악화되지도 않은데다 법정관리에 넣었을 경우 협력업체 연쇄도산 등 파장이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이닉스측이 주장해온 대로 독자생존을 모색하기도 어렵다.
하이닉스측은 채권단이 2조원대의 채무탕감 또는 출자전환을 해줄 경우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신규지원은 불가능하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은행들의 경우 조흥과 외환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이 70∼80%의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데 추가 지원으로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것.
따라서 현재로서는 어떤 진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권오규 재경부 차관보는 '사전조정제도'의 적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이닉스를 어떤 형태로 끌고 가든 △채무재조정 △사업구조조정안을 담은 회사갱생안은 필요하다는 것.
만약 이 안을 법정관리때 제출하면 신청에서부터 갱생안 확정까지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그만큼 채권회수도 빨라진다는 얘기다.
◆ 협상용 발언 여부 관심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마이크론의 협상철회 선언이 협상용 발언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채권단도 애플턴 회장의 발표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추가 협상여지를 완전 배제하거나 딜 자체를 무위로 돌릴 경우 'termination'이나 'break off'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마이크론 발표문은 'withdraw'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양해각서(MOU)는 철회하되 딜 자체는 여전히 가능성을 남겨 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병서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마이크론이 협상을 완전히 종결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마이크론이 유리한 협상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시간끌기 작전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같은 추측대로 재협상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정부.채권단은 하이닉스 경영진 교체 후 재협상을 추진하게 된다.
그럴 경우 이사선임을 위한 주총소집 등에 최소 2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택.박수진 기자 idn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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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 사전조정제도 =부실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구조조정 관련 제도다.
채권단이 미리 회사갱생계획안을 만들어 법원에 제출한 후 나중에 해외채권자나 소액 상거래채권자 등의 동의를 받게 되면 신속하게 법정관리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일단 법정관리에 들어가 국내외 채권자들로부터 하나씩 채권신고를 받는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보다 절차가 빨라진다.
보통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채권자신고서부터 채권자집회, 갱생계획안 마련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데 1년1개월에서 1년6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이 제도를 통하면 4개월이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법정관리와 흡사하지만 상거래 채권이 동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다.
또 회사정리인을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