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크게 할 수 없을까. 키가 작은 아이를 둔 부모들이 갖고 있는 꿈이다. 키를 크게 하는 식품이나 성장호르몬 치료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키가 크지않은 원인을 집어낸다 하더라도 성장호르몬으로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고 상당수는 고른 영양섭취와 운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따라서 부모들이 어떤 치료에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저신장증(왜소증)의 원인과 치료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나는 왜 키가 작을까=키가 크지 않은 이유는 질병에 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는 부모 조부모 친척 등에서 키가 작은 경향이 있는 가족성,체질적으로 성장이 2∼3년 늦게 시작되는 체질성 성장지연으로 나뉜다. 이들 두 가지가 전체 저신장증(1백명의 아이 중 3번째 이내로 키가 작은 경우)의 80%가량을 차지한다. 가족성인 경우가 체질성 성장지연보다 약간 많은 경향을 띤다. 한편 유전성인 경우는 유전적인 경향이 아주 뚜렷한 것으로 가족성과는 의미가 매우 다르다. 나머지 20%는 성장호르몬 결핍증,터너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질환,선천성 심장병,간질환,구루병,소아당뇨병 등과 같은 타고난 대사이상증상과 유전질환으로 인한 것이다. ◇앞으로 더 키가 클 수 있을까=정상적인 발육상태라면 3세 이후 적어도 4㎝ 이상,보통 5∼6㎝는 커야 한다. 반면 가족성 저신장증 어린이는 매년 4㎝ 미만 성장한다. 가족성인 경우 남자는 성인이 됐을 때 (아버지 키+어머니 키+13)÷2㎝,여자는 (아버지 키+어머니 키-13)÷2㎝가량 큰다고 짐작할 수 있다. 체질성 성장지연의 경우 부모가 뒤늦게 자란 경험이 있다면 어느 정도 안심해도 좋다. 비록 현재는 작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에는 정상키에 도달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호르몬 치료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만 의학적으로 뚜렷한 효과가 인정되는 치료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우선 혈중 성장호르몬(GH) 농도나 인슐린량 성장인자(IGF)를 측정해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확인됐을 경우에는 자신감있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터너증후군 만성신부전 등에서도 효과가 좋다. 이들 3가지 경우에는 보험혜택도 받을수 있다. 이밖에 자궁내 발육부전,연골무형성증(난쟁이),유전성 저신장,다운증후군 등과 같은 경우에 성장호르몬이 시도되고 있으나 효과는 확실치 않다. 저신장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족성이나 체질성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성장호르몬 치료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성장에는 많은 요인이 작용하므로 뼈 나이가 어리고 혈중 성장호르몬 농도가 낮으며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호르몬치료를 해볼 수 있다. 이때 가족성인 경우가 체질성 성장지연보다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1년간 성장호르몬을 투여했는데도 치료 전의 성장속도에 비해 연간 2㎝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면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성장호르몬은 저신장증의 유전적인 영향이 적을수록,나이가 적을수록,성장판(뼈 말단에 붙어있으며 16세 전후에 닫힘)이 덜 닫혀있을수록 치료효과가 좋다. 또 1년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며 같은 양을 투여한다면 1주일에 2∼4회 주사하는 것보다 6∼7회 주사하는 것이 치료효과가 25% 더 높다는 게 의학적 통계로 나와 있다. 이에 따라 한번 주사하면 1주일간 효과가 지속되는 신제형의 성장호르몬이 개발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