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에서 e메일을 한통 받았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노무현씨와 관련된 우스개 메일이다.


노무현씨가 몇해 전 진로소주를 마시며 "거참 맛 죽인다"고 한 게 요즘 일부 언론에서 "대통령이 되면 진로그룹을 없애버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공격받고 있다는 것.


물론 술자리에서 있었다는 언론사 폐간 얘기를 빗댄 농담이다.


미국 언론의 정치인들에 대한 공격은 한국보다 훨씬 더 심하다.


전·현직 가리지 않고 때론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퍼붓는다.


선거 때면 지지자를 공식 선언하고 아주 대놓고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불문율은 분명한 사실에 근거해 공격하고,거꾸로 칭찬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언론이 편향된 시각을 가졌을 경우 이는 곧바로 시장의 심판을 받는다.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방송뉴스는 이제 시청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지난 94년 CBS NBC ABC 등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의 평일 저녁뉴스 시청률은 51%가 넘었다.


이 비율은 그러나 97년 49%로 낮아졌고,지난해엔 43%,지금은 40%대로 떨어졌다.


지난 15년간 미국 케이블뉴스 채널을 독점하다시피한 CNN이 최근 창사 5년 밖에 안된 폭스뉴스에 시청률 1위자리를 내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CNN이 진보적 성향의 한쪽 앵글에 맞춰 뉴스를 다뤘다면, 폭스뉴스는 가급적 '있는 그대로' 보도한 것이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는 게 언론학자들의 해석이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언론서적 중 하나는 CBS에서 30여년간 기자생활을 한 버나드 골드버그가 쓴 '바이어스(Bias)'란 책이다.


미디어가 뉴스를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적나라하게 다룬 이 책은 지난 1월 출간 직후부터 계속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이 책에 대해 사설을 썼을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내린 결론은 새로 생긴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어떤 언론매체도 '부정(denial)은 결코 성공전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에 대한 보도가 점점 열기를 더해 가는 한국의 언론시장에서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만한 말인 것 같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