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WWL측이 설립할 신설회사에 지분참여를 요구해온 것은 연간 1백5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운송 차질'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WWL측이 각종 사정을 이유로 수송을 거부하거나 무리한 수송조건을 제시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WWL측이 신설회사의 일정 지분을 떼어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현대차의 우려는 상당 부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15억달러에 달하는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사업 매각협상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됐다. ◆협상 경과=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사업 매각과 관련해선 WWL 현대차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난해말 현대상선은 현대차에 자동차운송부문을 매각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자동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현대상선은 자동차운송부문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발레니우스-빌헬름센 컨소시엄을 끌어들여 지난 3월초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WWL측이 인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현대차와 현대상선간 장기운송 계약.이에따라 현대상선은 현대차와 최소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기 위해 줄기차게 협상을 벌여왔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현대차가 자동차 수출물량의 10%를 떼내 원하는 선사를 지목할 수 있는 권리(배선권)를 요구하고 WWL측과 공동 지분참여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같은 방안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매각가치를 떨어뜨리는 현대차의 배선권 및 지분출자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협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WWL측이 직접 나섰다. WWL측은 당초 현대차의 지분 참여를 탐탐치 않게 생각했지만 5년 이상의 장기계약에 수출차량 1백% 수송만 보장된다면 현대차와 컨소시엄 구성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현대차가 갖게 될 지분 규모다. 현대차는 일단 20%선을 생각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방어 차원에서 WWL의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채권단의 신규 출자나 현대차와 WWL간의 이면 계약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숨 돌린 현대상선=현대상선은 지난 1·4분기 1조2천8백억원의 매출액과 5백4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상태가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과다한 부채만 줄이면 정상화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자동차 운반선이 매각되면 1조7천억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해 우선 9천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대부분 갚을 계획이다. 금융권 부채도 단기 기업어음(CP)은 물론 산업은행의 신속인수 회사채 6천7백억원어치를 전액 상환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운송사업부문이 떨어져 나가면 매출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컨테이너선 등을 중심으로 수익위주의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