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달,언론이 그의 1년을 평가한 기사들에는 실망의 빛이 가득했다.


'구호만 요란했지 구체적으로 해놓은 게 뭐냐'는 투의 비판이 주류였다. 한 신문은 조사결과를 인용,고이즈미 정권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앞으로 1년'으로 보는 응답이 40%로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의 고이즈미 총리가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내각이 국회에 제출한 개인정보보호법 등,이른바 미디어 관련 3개법안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법안이 국민의 알 권리와 보도 자유를 제한하는 독소조항을 곳곳에 담고 있다며 일제히 들고 나섰다.


폐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까지 반대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작가들까지도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어 법안통과가 강행될 경우 후유증이 예상된다.


일본 언론은 독소조항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의 '투명성 확보''이용목적 제한'등을 꼽고 있다.


법안대로 될 경우 언론은 취재결과를 상대방이 원하기만 하면 공개할 수밖에 없어 사전 검열의 올가미에 걸려든다는 주장이다.


이용목적제한 규정은,정치인과 관료들의 비리공개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대해 "보도의 자유와 인권보호를 양립시킬 것"이라며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언론은 "민주주의가 중대 기로에 섰다"며 "사회비리를 고발하는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원로 소설가 시로야마 사부로씨는 "총리에게 재고요청 편지를 수차례 띄웠지만 답장 한번 없었다"면서 "일제가 치안유지법으로 국민의 귀와 입을 막은 결과가 군국주의였음을 기억하라"고 촉구했다.


한 신문은 고이즈미 총리의 스타일중 하나로 '흑백 이분법'을 꼽는다.


적 아니면 우군으로 편을 가르는 단선적 사고가 그를 고립상태로 만든다는 진단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역사교과서 문제로 외교불화를 자초했던 고이즈미 총리는 내치에서도 언론을 또 하나의 적대세력화하고 있다.


자신의 귀와 눈을 가리는 그를 기다릴 결과가 궁금하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