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깨어나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땅값이 오르고 아파트 분양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국 투자자들도 '빌딩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주택개발업체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경제를 10년 침체의 나락으로 몰고 갔던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며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의 세월이 끝나가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부동산 바닥론 확산=활력의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대도시 중심가의 땅값이 상승추세다. 최고점 대비 60% 폭락한 도쿄 오사카 등의 중심 상업용지의 경우 '빠질 만큼 빠졌다'는 바닥론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올 들어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도쿄지역 공시지가 조사대상 토지중 값이 오른 곳은 지난해의 두배다. 부동산 거품때 외곽으로 빠져 나갔던 세대들이 다시 시내로 돌아오면서 아파트 분양시장도 달아 오르고 있다. 도쿄중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년새 10% 가량 올랐다. 주택건설 호황으로 조인츠 등 부동산회사들의 주가도 지난 1년간 1백%이상 상승했다. 외국 투자자들도 일본 부동산 싹쓸이에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몇년간 도쿄지역 부동산 시장에만 30억달러 이상을 투입,소형 빌딩등 6백50건을 매입했다. 24억달러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조성중인 모건스탠리는 열흘에 하루 꼴로 매입계약을 맺고 있다. ◆원인 및 전망=저가메리트 부각,2000년부터 시작한 리츠(부동산투자회사)등 부동산 금융시장의 선진화 작업 등이 맞물려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일본정부가 최근 예금 전액보호제를 폐지한 것도 뭉칫돈의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의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활력은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경제를 끌어 올리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은행의 자산가치가 올라가 금융권의 구조조정도 원활히 추진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증권은 "은행들이 부동산가격 폭락으로 빚어진 부실채권을 만회할 수 있어 구조조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활력은 실물경기를 자극해 경기회복을 한 템포 앞당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