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환율전망] 저점 확인 조정 예상, "1270∼1,300원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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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환율의 하락이 예상외로 가파른 속도를 띠고 있다.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가 대세를 이뤘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수급과 외환 당국의 의지가 2차 요인이 될 전망이다.
5월중 달러/원 환율(5.6∼5.31)은 저점 확인 과정이 진행되면서 반등 조정을 거쳐 하향 안정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칠게 하락을 추진하는 '모험'은 자제될 시점이며 대세 순응의 항해 과정에서 일시적인 조정의 바람과 마주 대할 전망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아래쪽으로 얼마나 내려갈 것인지가 관심사다. 상승 반전은 좀처럼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일방적인 하향 분위기 속에 '언제 얼마나 반등이 이뤄질까'라는 판단을 위해 변수간 함수풀이도 진행되고 있다.
달러화의 하락이 어디까지 진행될 지 여부에 덧붙여 정부와 한국은행의 개입 여부와 외국인의 주식매매동향이 수급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가 환율과 맞물리게 된다.
◆ 하락추세 유지할 듯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8명을 대상으로 이번달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66.11원, 고점은 1,298.78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장중 저점인 1,289원, 고점인 1,333.50원에서 위아래 대폭 하향한 수준.
아래쪽으로 소수이긴 하나 1,250원까지 저점을 확인할 것이란 견해가 2명이었으며 1,260∼1,265원을 5명이 점쳤다.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이 가장 결집된 지점은 1,270∼1,275원으로 10명에 달했다. 나머지 1명이 1,280원이 지켜질 것으로 내다봤다.
위쪽으로는 10명의 딜러가 1,300원이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으며 2명이 1,310원까지 반등 여지가 있다고 제시했다. 6명은 1,300원은 이미 멀어져간 레벨로 1,290∼1,295원에서 고점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중 최저치 경신 가도를 달리고 있는 환율의 미끄럼은 일단 트렌드에 몸을 기대고 있다. 저점이 어디에서 일단락될 것인지를 확인한 뒤 조정을 거쳐 다시 방향을 잡는 형태의 모양새가 가장 무난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 급전직하와 달러화 약세 = 환율은 지난달 12일 1,332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주 2일 1,284원으로 마감할 때까지 3주간 무려 48원을 덜어냈다. 14거래일동안 11일이 하락하는 '급전직하'의 모양새가 연출됐다. 특히 연중 최저치가 거듭 깨지면서 저점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득세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하락세는 일단 탄력이 붙어 당초 지지선으로 인식됐던 1,280원에 근접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 바람이 언제, 어느 선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일부에서 1,250원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견해는 달러/엔 환율이 125엔 이하로 밀린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레벨로 인식되고 있는 1,278∼1,279원이 무너진다면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ABN암로의 정인우 딜러는 "어디가 막힌다고 말하기가 두렵다"며 "달러/엔이 (반등을 위한)힘이 없는데다 수출업체들이 패대기를 쳐대고 있어 1,280원이 지지되지 않으면 1,260원까지 내려설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초순 1,270원대에서 하순들어 1,300원대로 급등했음을 감안하면 올 들어 1,330원대까지 올랐던 환율이 1,280원대로 밀린 점은 심리적인 급락인식이 팽배했을 뿐 착시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 펀더멘털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환율이 결국 제자리를 찾아갔다는 인식인 셈.
무엇보다 '저점 확인'을 위해서는 미국 경제와 달러 약세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말 미국 4월 실업률이 예상치인 5.8%를 상회한 6.0%로 94년이후 8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 미국 경제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감을 덧칠했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보다 좋은 5.8%였음에도 불과, 소비심리와 고용동향이 위축됨으로써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하지 못했음이 증명됐다.
미국 경제회복의 지연과 함께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강한 달러' 정책에 대한 미 제조업체의 불만은 미국 정부에 딜레마를 떠안기고 있다.
강한 달러의 고수여부가 도마위에 올랐으며 외환정책의 전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폴오닐 재무장관도 상원에서 강한 달러에 대한 미온적인 발언으로 논쟁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 말 2개월중 처음으로 126엔대로 진입했으며 125엔 하향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로 인해 일본 정부의 개입이 신통찮다는 점이 달러/엔의 추가 하락에 따른 달러/원의 저점 경신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 공급 당분간 우위일 듯 = 환율이 최근 경계감을 품으면서도 하락을 거듭한 것은 실제 물량 공급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환율 방향이 확실히 돌아섰다고 보고 물량을 거듭 내놨다.
팔아야 할 업체들은 다급하게 투매에 나서고 사야할 업체들은 느긋하게 기다리거나 살 여력이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업체들은 추가적으로 물량 공급에 더 나설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제일은행 류동락 딜러는 "환율 레벨이 내려앉으면서 외화예금이 줄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네고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업체는 물론 개인들도 달러를 팔기 위한 전화 문의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차트상 1,280원 언저리가 일단 막히는 레벨이나 물량 공급여부가 하향 진단의 중요한 판단근거가 될 전망이다. 최근 신용등급 상승으로 은행권의 달러 차입이 많아진 점도 이에 가세한다.
하락에 맞춰 선물환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 외국인 주식순매도는 최근 일단락된 듯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매도규모가 월중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가격 하락 등과 함께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월말로 접어들면 월드컵 개막 등과 함께 수출 증가와 서비스수지 흑자의 공급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월말로 접어들면 하락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 셈.
◆ 정부 개입 여부 주목 = 환율 하락이 급격하게 이뤄졌음에도 정부는 1차례 구두개입에 그쳤다. 달러의 전 세계적인 약세로 달러/엔이 동반 하락했고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감도 환율 하락으로 인해 크게 희석됐기 때문.
일단 1,280원의 붕괴 여부에 따라 정부의 개입 여부가 재차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 등을 통한 수급조절이나 개입이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 1,280원이 깨지면 일단 수출업체들의 불만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도 최근 환율 동향은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흐름에 편승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다 물가상승 우려에 따른 금리인상 논쟁을 환율이 잠재웠다는 측면에서 상승 반전을 꾀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란 시장의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민은행의 김진곤 딜러는 "작년말에는 수출이 중요한 시점이라 환율 급락을 제한했으나 지금은 대선 등을 앞두고 물가가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며 "금리가 들썩했으나 환율이 빠지면서 물가부담도 상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 레벨을 크게 불편해하지 않으며 '속도조절용' 구두 개입만 예상되고 있다. 바닥에 대한 확인은 일단 정부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달러가 약세를 보여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달러 약세보다 미국 경제활동의 속도가 중요할 뿐 최근 환율 변동이 정책상의 변화를 꾀할만큼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