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비스 산업을 개방하면..崔炳鎰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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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는 경제성장 초창기에 'Made in Korea'라면 싸구려라는 세인의 인식을 과감하게 바꾸고,이제는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외국의 경쟁기업에 비해 협소한 국내시장,초기 기술의 열세 등을 극복하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불굴의 기업가 정신,단기이익에 연연해 하지 않는 과감한 투자,산업상황에 맞아 떨어진 정부정책 등 여러 성공요인이 있겠지만,이들 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안주했다면,지금과 같은 효율성 기술력 마케팅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 유수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어떻게 하면 까다로운 외국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심하지 않았다면,이들이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기는커녕 한국을 따라오는 여러 개발도상국들에 자리를 내주었을 것이다.
자, 이제 눈을 돌려 숲을 보자.한국경제가 과거의 압축성장기처럼 두 자릿수 고도경제성장을 하는 것은 경기과열에 따른 경제의 안정 훼손 등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
그러나 매년 고용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신규노동인력을 흡수하고,구조조정을 유연하게 흡수하기 위해서는 4∼5%의 경제성장이 계속 요구된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등 한국의 수출 대표산업들의 경기는 외국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게다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단련된 이들 산업의 생산성을 파격적으로 향상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향후 한국경제성장의 큰 몫은 서비스산업이 담당해 줘야 한다.
통계로 보면 서비스산업이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함은 자명하다.
한국경제 전체로 보면 서비스산업은 전체 고용의 70%를 점하는데,GDP에서는 55%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없이 경제전체의 경쟁력이 향상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서비스산업이 앞으로 한국경제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일반대중에는 생소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굳이 '사농공상'의 계층구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서비스산업은 싸구려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아왔다.
식당에서 '서비스로 드립니다'라면 공짜로 식당주인이 준다는 것으로,골프장에서 '서비스홀'이란 쉽게 경기할 수 있는 홀로,손님이 "서비스 없어요"라고 묻는 것은 공짜로 더 주는 것 없냐는 질문으로 통용되고 있다.
훌륭한 서비스에는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희박했다.
그러나 금융 통신 운송 유통 컨설턴트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의 각 분야를 보면 그러한 인식의 오류는 쉽게 판명된다.
이들 분야의 생산성이 제조업에 비해 뒤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쟁의 압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공성이니 품질관리니 하는 이유로 이들 서비스분야에서 경쟁을 원천적으로 막아왔고,이런 구조아래에서 기업들도 변덕스러운 고객의 구미를 맞추는 경쟁보다는 정부를 구워삶는 것이 더 손쉬운 돈벌이였음을 본능적으로 체득했다.
밝은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한국대표기업들이 외국에서 감당해야 했던 강도 높은 경쟁압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집안잔치만으로 그쳐서는 경쟁의 시늉만 하는 것이다.
세계 유수기업들이 배제된 경쟁은 진정한 경쟁의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최근의 경제구조가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현재 다른 나라에 비해 인터넷 가입자수,이동전화가입자수가 많다는 것에 자만해서는 안될 일이다.
다른 나라들도 무섭게 따라오고 있다.
물량위주의 성장에는 한계가 오게 마련이다.
이른바 신경제에서 금융 통신 운송 유통을 연결하는 사회기간망이 효과적으로 구축돼 있지 못하면,그 국가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과 경제인들이 치러야 할 불편은 엄청날 것이다.
이미 10년째 한국을 동북아의 허브로 만들자는 구호는 요란하지만,아직 아무런 외국기업이 그들의 아시아본부를 한국에 설치한 곳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이제 서비스산업의 개방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byc@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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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