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펀드들이 한국시장에 대해 차익실현 욕구를 느끼고 있다." 유럽계 투자회사인 '크레디트 애그리콜(CA)애셋매니지먼트'의 펑 쿡온(Fung Kwok-on) 펀드매니저는 이렇게 말하며 "아시아지역에 투자하는 모든 펀드들이 최근 7개월간 한국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증시뿐만 아니라 한국시장에서도 원화절상 등 불안요인이 가세하자 펀드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의 아시아지역 본부가 위치한 홍콩 금융가의 요즘 최대 화두는 이처럼 한국 투자비중 축소 여부다. AXA인베스트의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강미정씨는 "기업수익력 향상,저금리 정착 등으로 한국증시의 중장기 전망은 밝지만 단기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지역에 투자하는 대부분 펀드의 한국시장 투자비중이 오버웨이트(Overweight:비중확대)상태에 진입해 있으며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작년 10월부터 외국인의 본격 매도가 시작된 지난달 23일까지 한국의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85%였다. 이는 태국(39%) 말레이시아(31%) 싱가포르(30%) 홍콩(14%)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증시가 불안조짐을 보이자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데다 높은 수익률을 얻은 한국시장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대만증시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시아권에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 HSBC애셋매니지먼트의 박찬익 펀드매니저는 "일부 펀드가 한국시장에서 얻은 차익으로 홍콩 호주 등 그동안 덜 오른 시장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4월 23일부터 지난 3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8%가량 급락했지만 홍콩증시는 4%가량 올랐으며 호주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들어 6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규모(거래소기준)는 2조9천9백억원.이는 외국인이 '바이코리아'에 나섰던 지난해 9월부터 12월말까지 순매수 금액(2조8천4백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홍콩 금융계에선 외국인 매물이 '막바지 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FAM(자딘플레밍에셋매니지먼트)의 관계자는 "한국 비중이 줄어들고 가격 조정이 충분히 이뤄진데다 한국시장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CA애셋매니지먼트의 펑씨는 "짧은 조정을 거친 뒤 상반기중 1,000선을 돌파하는 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