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이 7일 콜금리를 19개월만에 전격 인상한 것은 경기 속도조절보다 시중에 흘러넘치는 과잉 유동성 해소가 더 급하다는 판단의 결과다. 이미 예고된 금리인상을 예상보다 다소 앞당겨 현실화했을 뿐 '저금리 기조'라는 큰 틀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날 시장금리는 예상이 빗나가 일시 혼선이 있었지만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었다. 당분간은 금리 인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호재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다만 국내외 증시 불안,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해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 왜 올렸나 =박승 한은 총재는 "미국 경기가 다소 불안하기는 하지만 우리 경제는 매우 굳건히 상승 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가계대출 급증으로 빚어진 과잉유동성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중자금의 총량을 나타내는 총유동성(M3) 증가율이 지난 3월 12%대 초반, 4월엔 13%선 등 감시범위(12%)를 넘기면서 한은에는 통화관리 비상이 걸렸다. 과잉유동성이 방치될 경우 하반기들어 인플레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본 것이다. 금리인상 효과가 적어도 6개월뒤에 나타나므로 이번 조치는 '선제적' 성격이 강하다. 금융연구원의 정한영 거시금융팀장은 "이번 금리인상은 시의적절했으며 하반기 안정적인 경제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6월엔 지방선거가 있어 5월 인상외에 달리 선택이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 저금리 틀 유지 =한은은 작년 9.11 테러직후 콜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가 이번에 0.25%포인트 올렸다. 박 총재는 "연 4.25%인 콜금리는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는 경기부양적인 금리수준이며 긴축이 아닌 미조정"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금리인상 기대를 '현실화'시켜 괜한 불안감을 없애는 효과도 있다. 박 총재가 지난달초 "금리인상에 대비하라"고 화두를 던지면서 시장금리(3년만기 국고채)와 콜금리 격차가 최대 2.5%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콜금리를 안올리면 오히려 자금흐름의 왜곡이 심화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됐다.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팀장은 "인상폭이 시장에 충격을 줄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수익률 곡선(장.단기금리차)이 평평해지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정부 시각 =재정경제부는 "경기가 본격 회복될 때를 대비해 금리를 상향조정한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해온 저금리 정책기조를 긴축쪽으로 전환한 것은 아니며 '미세조정(fine tuning)' 차원의 금리인상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전윤철 부총리는 "통화성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다 하반기 양대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으로 본다"며 "증시에는 금리인상 영향이 이미 많이 반영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형규.현승윤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