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나흘째 연중 최저치 경신을 계속, 5개월여만에 1,270원대로 내려섰다. 달러 약세 흐름과 함께 네고물량 공급, 역외매도 등이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매도(숏)마인드를 강화했다.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3,000억원을 훌쩍 넘었음에도 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7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70원 내린 1,279.5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연중 최저치를 나흘째 경신한데다 지난해 12월 13일 1,274.60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강보합권에서 출발한 환율은 일시적인 조정 조짐을 띠면서 1,280원이 지지될 듯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단기급락과 외국인 주식순매도 확대 등이 경계감을 주입시켰으나 달러매도(숏)마인드를 뒷받침하는 물량을 소화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깨는 하락 궤적을 그렸다. 정유사 등의 결제수요는 취약한 양상을 드러낸 가운데 네고물량의 공급은 꾸준히 이뤄졌다. 그러나 장 막판 달러/엔 반등과 역외매수,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 커버 수요 등이 낙폭 축소를 주도했다. ◆ 달러/엔 레벨이 '관건' = 달러화의 흐름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장 막판 달러/엔이 의외로 강한 반등을 보임으로써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방향성 검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러/엔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수요일부터 본격 유입될 역송금수요도 부담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막판 달러/엔의 반등과 함께 역내외가 손절매수에 나서 환율 반등을 일으켰다"며 "네고물량도 많았으나 달러매도초과(숏)이 깊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 약세를 계속 보고 있으나 장 막판 달러/엔이 의외로 강한 반등을 일으켜 내일 역송금수요를 감안하면 조정 가능성도 있다"며 "내일 거래는 1,278∼1,284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업체들의 수급은 큰 게 없었으며 외국인 주식순매도보다 달러/엔을 따라 움직인 셈"이라며 "공급우위로 봐야 하나 달러/엔이 의외로 강한 반등을 보여 내일 달러/엔 수준에 따라 거래범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127.50엔을 뚫고 올라서면 128엔까지 갈 수도 있다"며 "달러/엔을 따라 달라지 것으로 보여 넓게는 1,275∼1,285원으로 보고 있으나 달러/엔이 현재 수준이거나 더 뜨면 내일은 1,280원 이상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계속된 달러 약세 = 전날 뉴욕에서 최근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매수세로 127.13엔으로 소폭 상승한 달러/엔 환율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126.67엔까지 하락, 연중 저점인 126.36엔 접근을 시도했다. 그러나 저가매수로 반등한 달러/엔은 127엔대 재진입에 어려움을 겪다가 런던장에서 반등폭을 확대, 오후 4시 54분 현재 127.35엔을 기록중이다. 이날 오전중 일본 재무성 고위관계자들이 거듭 엔 강세 저지를 위한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시장은 7일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결정을 주목하고 있으나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본은행(BOJ)의 개입 여부도 관심사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열흘째 주식팔자에 무게를 두고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875억원, 345억원의 주식순매도를 기록했다. 달러 약세 흐름에 짓눌려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 역송금수요 유입 규모도 액면가만큼 많지 않으리란 예상이 우세하다. 한편, 이날 박 승 한국은행 총재는 콜금리 인상에 더불어 최근 원화 강세 현상과 관련, "엔화, 유로화 등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원화 강세로 인한 우리 나라 수출 경쟁력 제약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환율 하락을 용인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80원 높은 1,282원에 출발한 환율은 한동안 보합권에서 매매공방을 펼치다가 달러/엔의 126엔대 진입을 반영, 1,280원을 깨고 9시 57분경 1,279원으로 내려섰다. 그러나 달러/엔의 반등 등으로 낙폭을 축소한 환율은 1,280원대로 재진입한 뒤 11시 34분경 1,281.30원까지 반등, 일시적으로 상승 반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체 네고물량으로 환율은 다시 1,280원선으로 반락 횡보한 뒤 1,280.1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40원 높은 1,280.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조금씩 레벨을 낮춰 1시 43분경 1,280원을 하향, 2시 1분경 1,279.50원까지 내려섰다. 이후 환율은 한동안 1,279원선을 거닐다가 달러/엔 추가 하락과 달러되팔기(롱스탑) 등으로 낙폭을 확대, 3시 59분경 이날 저점인 1,276.60원까지 흘러내렸다. 그러나 추가 하락이 여의치 않자 환율은 달러/엔의 127엔대 반등, 달러되사기(숏커버) 등으로 반등, 4시 22분경 1,279.80원까지 급히 올라선 뒤 다시 1,278원선을 거닐었다. 이날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82원이며 저점은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해 12월 13?장중 1,271.80원까지 내려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276.60원이었다. 장중 5.40원이 이동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1억5,0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3억9,76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억5,350달러, 2억1,430만달러가 거래됐다. 8일 기준환율은 1,279.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