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가 한국을 바꾼다] 제2부 : (6) '산업 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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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버블(plastic bubble)'.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한국 경제를 이렇게 정의했다.
신용카드(플라스틱)의 과다 사용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자칫 경제 전반에 '거품(버블)'을 부풀릴 우려가 있다는 경고였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와 상반된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절약과 저축을 신조로 삼던 아시아인들이 신용카드 덕분에 소비를 늘리면서 아시아 경제의 호황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카드사용 확대→소비회복→생산확대→판매증가→투자확대→소득증대'의 '경제 선순환'이 돋보인다는 얘기다.
신용카드는 한국 경제에 있어 '거품경제의 원흉'인가, '경기선순환의 일등공신'인가.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카드의 산업파급 효과를 감안할 때 긍정적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평가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신용카드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카드제작업체, VAN(부가통신망)업체, 전자화폐업체 등을 감안한다면 카드의 산업파급 효과는 수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 내수진작의 일등공신 =지난해 증권시장에선 홈쇼핑 백화점주와 같은 '내수주'가 유독 강세를 보였다.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된 덕분이었다.
유통업체 매출이 급증하는데는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이 한몫 했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의 카드결제 매출은 1998년까지만 해도 전체의 21.1%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32.2%로 늘었다.
무이자 할부를 이용한 카드결제가 증가하면서 롯데백화점의 매출도 크게 신장됐다.
◆ 카드제작 업체 호황 =지난해 새롭게 발급된 카드수는 총 3천1백45만장.
카드 한장당 제작비가 약 3천원임을 감안한다면 총 9백43억원에 해당하는 생산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국내 카드원자재 공급업체는 케이비티 KDN스마텍 현대ST 씨엔씨엔터프라이즈 에이엠에스 등 10여개사.
카드 발급량이 늘어나면서 이들 회사의 매출액과 기업가치도 뛰고 있다.
케이비티와 에이엠에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각각 1백38%와 1백19% 증가했다.
씨엔씨엔터는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1백72% 많은 6백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 돈되는 VAN 사업 =VAN 회사란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고 결제에 필요한 단말기를 제작하는 업체.
한국정보통신 나이스정보통신 케이에스넷 금융결제원 등이 주요 업체들이다.
신용카드 결제 승인건수는 98년 2억1천만건, 99년 3억7천만건, 2000년 7억2천만건, 2001년에는 12억8천만건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VAN사들은 카드결제 승인시 건당 1백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VAN사들은 총 1천2백8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린 셈이다.
◆ 광고시장의 큰 손 =카드사는 광고시장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했다.
삼성카드와 LG카드는 지난해 각각 2백40억원과 2백80억원의 광고비를 쏟아부었다.
올해에도 3백30억원과 3백50억원을 광고비로 쓸 예정이다.
카드업계의 연도별 광고비는 98년 1백98억원, 2000년 4백44억원, 2001년 9백32억원으로 수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카드사들은 총 1천7백30억원을 광고비로 쓸 계획이다.
◆ e커머스 인프라 =대신경제연구소는 올해 국내 B2C(소비자대 기업간)시장 규모가 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B2C시장이 이처럼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상당 부분 신용카드 덕분이다.
"신용카드에 힘입어 인터넷상에서 안전한 결제가 가능해졌으며 이는 곧 전자상거래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는게 연구소측의 분석이다.
비자인터내셔널의 러스 야로 수석부사장 역시 "신용카드는 e커머스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