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이미 심의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을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사전 심의하겠다는 게 말이 되는 얘깁니까.


정부는 규제완화를 말로만 하고 있지 기업들이 진실로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한국언론회관 19층에서 문화관광부 주최로 열린 '온라인게임 사전등급심의제'세미나에 참석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문화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등급분류 안내안을 받아보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기까지 했다.


이날 문화부가 발표한 게임등급분류안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모든 국산 온라인게임은 반드시 영등위의 사전심의를 받은 후 지정된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위법으로 처리돼 정부의 행정조치를 받게 된다.


문화부가 사전심의제를 밀어붙이는 표면적 명분은 유해 내용을 사전에 파악함으로써 청소년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타당성 있는 얘기다.


하지만 좀더 속내를 들여다보면 뿌리 깊은 '정부부처간 영역싸움'이 도사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온라인게임 관할권을 정보통신부가 갖느냐,문화부가 갖느냐는 게 문제의 본질인 셈이다.


고래(부처) 싸움에 등 터지는 건 새우(게임업체)다.


게임업계의 한 참석자는 "사전심의제는 개발사들의 생사여탈권을 쥐어 게임산업을 문화부 아래에 두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게임은 영화나 PC게임과 달리 다수의 사용자간에 실시간으로 게임 내용이 형성되는 역동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사전심의보다는 아이템거래, 채팅등 사용자간의 상호작용에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국내기업들은 그동안 PC게임 비디오게임등 게임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려고 노력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세계 거대기업의 장벽이 워낙 높아서다.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덕분에 경쟁력을 갖게 된 유일한 분야가 온라인게임이다.


온라인게임 등급제는 자라나는 싹을 짓밟을 우려가 있다.


"등급제를 강행하다 게임산업을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게 될 것"이라는 지적을 문화부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형호 산업부 IT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