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는 부동산시장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 땅·주택값 폭락 속에서 공급자 주도 시장이 수요자 주도로 바뀌고,외국인들의 시장참여로 부동산운용의 선진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또 자산 유동화증권 등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 개발과 금융자율화를 통해 금융부문과 부동산부문의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 상가 분양광고에서도 사업시행자 시공자 금융제공회사가 분화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변화는 가계의 주택관련 대출 급증 현상이다. 주택담보 대출을 포함하는 가계대출은 작년 4·4분기 17조5천억원 늘어난데 이어 올 1·4분기 19조2천억원이 증가,3월말 현재 잔액은 1백73조5천억원이다. 가계대출 비중은 외화대출금을 포함한 은행 대출자산 대비 36.6%,원화대출금 대비로는 신용카드채권을 포함해 46.2%에 달한다. 이같은 가계대출 급증은 몇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첫째,대출금에 의존한 주택구입 확대는 부동산가격을 올리는 주요인이며,부동산가격의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둘째,금리가 인상될 때 가계의 지급불능 사태,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저하,나아가 부동산가격 폭락과 함께 새로운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 시장의 경우 일부 지역,일부 유형의 부동산가격이 높다는 느낌이 있지만,시장 전체적으로 부동산가격 거품이 커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은 이전 몇년간 주택건설이 부족했고,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으며,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상승한 점에서 부동산거품이 있었다고 생각되던 80년대 말과 유사하다. 그러나 가격이 오른 부동산 유형과 해당 지역은 80년대 말에 비해 제한적이며 가격 상승폭도 작다. 문제가 있다면,금융회사들이 과도하게 부동산에 대출해 주고,이 돈의 힘으로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전세보증금이 급등하자 전세 살던 사람들이 대출받아 집을 사는 주택저당대출 수요가 많다. 금융회사의 대출심사가 허술하고,자산가격(담보평가액) 대비 대출금액비율(LTV)이 너무 높아 담보자산가격 하락이 곧바로 부실채권으로 이어지는 등의 상황에서 부동산거품은 커진다. 주택저당대출을 포함한 부동산대출이 80년대 말 일본에서처럼 무절제하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면,거품과 관련된 걱정은 '기우'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특별히 걱정할 이유는 없다. 1·4분기 중 가계대출 증가액 64.6%가 주택담보대출로 확실한 담보를 갖고 있다. 또 가계대출 연체율은 미국의 절반인 1.37%에 불과,신용카드 연체율 8.93%에 비해 현저히 낮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18개 은행중 15개가 아파트 기준 80% 이하의 담보평가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일부 은행은 이 비율을 5∼10% 낮췄다. 여기에다 금감원이 LTV 60% 이상 대출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 등 여러 면에서 불이익을 주고자 하므로,주택담보 대출은 시가대비 50% 이하가 일반화돼 건전한 자산으로 유지될 것이다. 은행 대출자산에서 차지하는 가계대출 비중은 미국 44.3%,영국 54.7%,독일 57.3%로 우리나라보다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지금 '장기간 저축해서 집 사는'관행이 '집을 사고 장기간 대출금을 갚아가는'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 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그 정도 금리인상은 월상환액 부담을 크게 올리는 수준이 아니어서 주택마련을 위한 대출수요 증가는 지속될 것이다. 다만 금리인상과 무관하게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대출금으로 집을 산 일부 소비자들은 원리금상환에 허덕일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선 담보가치만 보는 은행 심사기준이 소득 등 차주의 상환능력까지 고려하는 기준으로 전환돼야 한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의 연계성이 강화되면서,부동산시장 상황 및 가격 동향은 이자율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현명한 소비자에게는 기회이며,긍정적 측면이 훨씬 많다. jyson@kkucc.konkuk.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