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22일 오전 8시 미국 뉴욕의 그랜드하얏트호텔.

아침 식사를 위해 막 방을 나서려던 법무법인 우방의 최승순 변호사(41)에게 B투자회사 변호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최 변호사는 국내 최대 케이블TV회사인 A사와 미국 B사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4일전 이곳에 여장을 풀었다.

"A사에 청구했던 2천만달러 반환 소송을 포기하고 현금 1천만달러를 추가로 배상할테니 화해합시다."

1년에 걸친 분쟁이 최 변호사가 맡은 A사의 완승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B사가 2000년 7월께 A사에 총 1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지분의 20% 가량을 받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몇달 뒤 이를 백지화하려 했어요. 표면적인 이유는 'A사가 케이블TV 분야 전문가를 부사장급으로 영입키로 한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비싸게 매입한 것 같으니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는게 진짜 이유였죠."

B사는 2001년 1월 국제상사중재원에 '계약을 무효화하고 그동안 A사에 우선 투자했던 2천만달러를 돌려받게 해달라'는 중재 신청을 냈다.

"상대측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분위기였죠. 안되겠다고 싶어 1만쪽이 넘는 서류를 재검토하고 추가자료도 확보했습니다. 고생 끝에 부사장 영입 건과 관련해 B사측의 주장을 뒤엎을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잡았죠."

최 변호사는 국제중재분야 외에도 기업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 분야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보철강 매각.

지난 98년 이후 5년째 이 업무를 맡고 있다.

2000년 네이버스 컨소시엄과의 매각협상이 결렬되면서 주채권 금융기관(제일은행→자산관리공사)과 주간사(도이체방크→리먼브러더스)가 모두 바뀌는 와중에도 성실한 자문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결국 지난 2월 한보철강을 AK캐피털에 팔기로 이행각서(MOU)를 성공적으로 체결하는데 공헌을 세웠다.

사시 26회인 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각각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4년동안 숙명여대에서 겸임교수로 국제법을 강의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