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佛法)에 귀의한 미국 젊은이들의 삶과 종교적 체험이 '청바지를 입은 부처'(임진숙 옮김,해바라기,8천원)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하버드불교커뮤니티 회장인 수미 런던(27·여)이 자아의 변화와 불법을 일상에 접목시키는 미국내 젊은 불자들의 경험을 e메일로 모아서 엮은 것.미국 젊은이들이 명상 요가 좌선 등의 각종 불교 수행을 받아들이면서 체험한 여러가지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불자 커플이라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까지 했던 릴리안 길드(31·가명)는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격렬하게 다퉜던 일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고백했다.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같은 종교를 믿는 상대가 필요한 게 아니라 원만한 관계가 각자의 영성 계발을 위한 지렛대가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사랑 배려 애정 존중 정직 같은 인간관계의 기본 요건이 바로 불자의 밑거름이라고 그는 털어놓는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자시 크리거(30)는 무조건 최신 하이테크기술을 받아들이거나 기계파괴주의자처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 중용의 길을 찾기 위해 참선을 한다. 그는 '장작을 패고 물을 길어라'라고 했던 옛날 선사의 가르침을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일하고 참선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티베트 베트남 미얀마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의 불교가 혼재한데다 아직은 소수 종교인 미국 불교의 현실에 대한 자성과 비판도 들어 있다. 수미 런던은 미국 불자들이 문화적 차별에 시달려왔다고 지적한다. 또 불교가 미국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는데도 젊은이들이 아시아로 순례를 떠나는 것은 미국의 불교가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아시아에서 온 스승은 낯선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믿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미 런던은 "불교의 다양한 전통을 유지할 방법을 찾는 한편 현대사회와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전통과 재현,건설과 변화의 균형을 맞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진단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