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옵션 만기일이 돌아왔다. 5월 들어 수급악화 국면에서 급락한 뒤 단기 바닥 인식이 확산됐으나 청산 매물이 어떻게 소화될 지 예측이 불투명한 상태다. 8일 5월 옵션만기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종합지수가 나흘만에 반등하며 84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는 사흘만에 76선으로 올라섰다. 단기 급락으로 기술적 반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스코 시스템즈의 실적 개선에 따른 미국 증시 상승 기대감이 매수세를 불러들였다. 특히 외국인이 매도를 자제하다 동시호가에서 열하루만에 소폭이나마 순매수로 전환했고 선물시장에서도 매도에서 매수로 전환하면서 시장분위기에 호응한 것도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 시장에서는 일단 단기 바닥은 본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5월물 옵션 만기와 관련된 매수차익잔고가 청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매수가 유입됐다는 점에서 매물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목요일 5월물 옵션 만기일에는 미국 시장의 상승폭이 주목되는 가운데 프로그램 매물 청산에 대한 저가매수 유입 정도가 단기 기술적 반등의 정도를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시장 반등 예상 = 일단 미국 시장은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장중 나스닥 선물이 상승세를 유지했고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증시도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시스코 시스템즈의 실적 발표가 장 마감 이후에 있었고 시간외 거래에서 12%나 급등한 터여서 미국 시장에는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주가가 다우지수가 반등하고 나스닥 하락폭이 적어지는 등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나스닥지수의 경우 닷새 연속 하락한 뒤여서 기술적 반등이 예상되기도 한다. 미국의 2/4분기 경기회복세 지연 속에서 앨런 그린스팬 의장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를 동결키로 결정, 금리인상 경계론도 줄었다. 조흥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시스코가 시간외 거래에서 12%나 급등한 상황에서 선물이든 종목옵션이든 숏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 시장이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1/4분기 실적 부진이 대세인 상황에서 마무리 국면이고 시스코의 실적 개선 정도도 예상을 넘었을 뿐 그리 큰 폭으로 신장된 것이 아닌 상황이다. 더욱이 다음 분기에 대한 신중론도 여전해 미국 시장의 반등폭이 어느정도가 될 지, 또 반등한다고 하더라도 추세전환까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최근 15거래일 중에서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하는 등 계단식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반도체 가격이 20일째 하락하면서 500선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시장의 반등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이 반등할 경우 국내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은 850선 위에 걸친 60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하면서 시장 안정을 이루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옵션 연계 청산 물량 여전 = 미국 시장 악재가 일시적이나마 완화되는 상황이라면 단기 급락을 불러왔던 다른 한 가지 요인인 수급부담은 경감됐는 지 파악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열하루만에 소폭이나마 순매도를 거두고 순매수로 전환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선물시장에서도 매도헤지를 줄였고 옵션시장에서 콜옵션 매수를 보인다는 점도 괜찮다. 기관의 운신폭을 좌우하는 주식형 펀드에는 지난 4월 25일 이후로 자금이 다소 순유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고객예탁금은 최근 개인들의 매수가 지속되면서 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가격메리트가 발생하면서 수급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저가매수세 이외에 적극적인 매수세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국면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대우증권의 배동일 연구원은 "시장이 저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며 "만기일은 시장분위기가 관건이나 3,000억원 이상 되는 청산 매물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기관이 지난 7일 2,800억원을 순매수한 것은 단기 바닥 인식에 따른 것으로 시장안정에는 기여했지만 옵션 만기와 관련해 청산될 물량을 더 쌓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투증권의 한정희 분석역은 "오늘 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내일 저점 매수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신고분만 2,000억∼3,000억원의 옵션 연계 청산 매물이 있어 적극적인 대응은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정희 분석역은 "단기 바닥은 본 듯하나 중기 바닥을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 시장 반등에 따라 850선을 넘어 870선까지 기술적 반등을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흥투신의 펀드매니저는 "옵션 만기와 관련해 청산 매물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차익거래펀드를 위시해 오히려 추가 물량을 쌓은灼?느낌"이라며 "외국인 매수가 적극적이지 안은 상황에서 청산 매물에 대한 충격은 꽤 있을 것"이락 말했다. 이어 그는 "5월장은 크게 900선 이상을 돌파하기보다는 800∼900대의 박스권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거래소에서 지수관련 대형주의 안정성이 확인한다면 일부 낙폭과대 실적주 정도에 국한한고 코스닥 실적 종목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