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가격대의 맛있는 '갈비집'] 양손에 들고 뜯어먹는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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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을 와서 본고장의 갈비맛을 본 일본인들은 가격과 맛에 대체로 만족한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꼭 물어보는 게 있다.
양념갈비가 양념값이 더 들텐데 생갈비가 더 비싼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양념갈비와 생갈비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처럼 전혀 다른 종류의 음식으로 봐야한다.
양념갈비는 통갈비에 칼집을 내어 간장양념에 재놨다가 숯불에 구워서 내와야 제대로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먹는 방식도 하모니카 불 듯이 양손으로 들고 뜯어야 제 맛이 난다.
반면에 생갈비는 두루마리식으로 칼질을 한 육질 좋은 갈비를 테이블에서 구운 다음에 가위로 잘라주는 갈비살구이인 셈이다.
진짜 갈비살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갈비뼈가 한쪽 끝에 달려있을 뿐이다.
강남에는 생갈비 1대에 4만원이 넘는 초고가 갈비집도 있지만 가격이 두 배라고 곱절로 맛있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가격대의 맛있는 갈비집들을 소개한다.
조선옥(을지로3가.02-2266-0333)=한때는 조선옥이 갈비집의 대명사처럼 쓰인 적도 있었을 정도로 오래된 집이다.
예나 지금이나 조선옥은 하모니카식 양념갈비만 낸다.
주방에서 알맞게 구워 나오는데 아주 옛날에는 뜯어먹던 갈비를 더 구워 다 주기도 했다.
갈비가 바뀌었다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던 그 시절이 한편으로 그립기도 하다.
기업비밀 수준인 조선옥의 양념은 진간장을 기본으로 설탕이 많이 들어가 요즘 기준으로는 약간 달착지근하지만 자연스럽고 깊은 맛이 있어 조선간장도 조금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조선옥 갈비는 크지 않다.
한대가 한입거리이다.
갈비뼈가 굵지 않다는 것은 어린 한우라는 증거이다.
수입갈비는 대체로 뼈가 굵다.
보성녹우촌(여의도.02-761-5335)=녹차의 산지인 보성에서 녹차를 가공할 때 생기는 녹차부스러기를 먹여서 키운 한우가 보성녹우이다.
이 집은 보성녹우를 두루마리식 생갈비로 내 참숯불에 구워먹게 해준다.
보성녹우라 해서 다른 집과 크게 차이나는 맛은 아니다.
기름이 약간 적고 조금 더 고소하다는 느낌이다.
곁들여 나오는 채 썬 양파를 이 집 특유의 소스에 담궜다가 갈비와 같이 먹으면 고기특유의 냄새를 없애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연남서서갈비(신촌로타리.02-716-2520)=드럼통을 개조한 식탁에 둘러서서 쇠갈비를 구워먹는 집이다.
갈비는 두루마리식이 아니다.
통갈비에 칼집을 내어 간장양념을 했다.
그것을 연탄불에 구워서 또다시 양념간장에 찍어먹는 방식이다.
갈비가 쾌 커 한사람당 2대 정도면 부족하지 않다.
가격은 1대에 6천원.
부근에 비슷한 갈비집이 많은데 이 집이 원조라고 한다.
여러 가지 정황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우선 이름 그대로 의자가 없다.
정말 서서 먹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한데 몸에 익으면 괜찮아진다.
주변의 서서갈비라는 집들은 의자가 있다.
아예 안자서갈비 라고 상호를 붙인 집도 있다(앉아서의 오기인듯).
두 번째로는 메뉴가 따로 없다는 점.
양념소갈비 한가지뿐이다.
식사종류는 없다.
하다못해 공기밥도 없다.
지나가다 우연히 들린 사람은 어이없어 하다가 그냥 나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영업시간에서도 원조분위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날 재서 그날 다 팔기 때문에 갈비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
대개 저녁 8시를 넘기지 않는다.
/최진섭.맛칼럼니스트.MBC "찾아라!맛있는 TV" 책임PD(choijs@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