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중국 반도체 강국論의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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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 반도체 산업이 급부상해 한국 대만 등 다른 아시아 반도체 생산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2년반전의 닷컴 열풍과 닮은 점이 있다.
인터넷 기업들이 서점에서부터 애완동물용 상점에 이르기까지 전통기업의 자리를 밀어낼 것으로 여겨졌던 것처럼 상하이 웨이퍼 조립공장들의 부상으로 중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의 반도체 산업을 대체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중국의 2개 반도체 창업기업이 이런 환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만 기업가들이 상하이에 세운 SMIC와 GSMC가 그 예다.
SMIC는 현재 8인치 웨이퍼를 월 5천장 생산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위협론이 사실이라면 SMIC는 8인치 웨이퍼를 월 35만장 이상 찍어내는 세계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주문 제작)업체인 대만의 TSMC에 위협적 존재가 돼야 한다.
여기에 현재 6인치 웨이퍼를 생산하는 중국내 반도체 공장들도 고부가가치 칩 생산에 쓰이는 8인치 웨이퍼로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외국의 반도체 장비 및 재료 공급업체들은 중국의 반도체 공장을 겨냥,현지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칩 소비 증가율이 향후 수년간 다른 어느 시장에 비해 높을 것이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반도체 거품은 닷컴 거품처럼 멀지 않아 꺼질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기존 반도체 산업을 허물어뜨릴 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중국이 반도체 생산 강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핵심근거가 허구였음을 알 수 있다.
저비용과 반도체에 대한 거대한 내수시장이 그것이다.
중국의 인건비와 부지비용은 대만이나 한국보다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비용절감으로는 자본집약적인 웨이퍼 조립산업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
웨이퍼 조립공장은 잘 닦여지고 정교하게 조율된 인프라 위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가동된다.
이런 것들은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더 잘 제공된다.
부족한 전문기술과 경영기법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상하이의 신설공장들이 현재 비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해도 이런 경쟁력은 2년내 사라질 것이다.
대만의 선도업체들이 차세대 12인치 웨이퍼 생산을 통해 비용을 30% 가량 절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SMIC와 GSMC도 12인치 웨이퍼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장비가 워낙 고가여서 업그레이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수시장 접근이 용이해 웨이퍼 조립생산에 투자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중국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1백억달러에 달했고 오는 2005년께 1백9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 통계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출을 위해 중국에서 제조된 전자제품용 반도체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적어도 중국 반도체 수요의 3분의 2가 여기에 해당된다.
중국내 실제 반도체 수요는 연간 30억달러가 채 안될 것이다.
수출용 전자제품에 들어갈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굳이 중국에 반도체 조립공장을 세울 필요는 없다.
수출용 제품에 들어가는 수입 반도체는 사실상 무관세다.
단기적으로는 오로지 휴대폰 시장이 중국의 실제 반도체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중국에 반도체 공장 설립 붐이 이는 것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양은 아니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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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최신호에 실린 'China's Chip Bubble'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