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고대 韓.日관계의 진실..洪元卓 <서울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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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사람들의 역사 왜곡을 탓하는 우리국민 중,'고대' 한·일 관계가 가장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본열도 중 최초로 벼농사가 시작된 북규슈에서 초기형식의 야요이 토기가 최종단계 조몬 토기와 함께 발견됐다.
기원전 300년께 시작된 야요이 시대 600년은 북규슈로부터 일본열도의 동쪽으로 전개돼 갔다는 것이 일본 학계의 정설이다.
아이누와 말라요·폴리네시안 선주민들이 한반도(주로 가야 지역)로부터 건너온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현대 일본어의 조어(祖語)를 공유하는 일본민족의 원형을 형성한 것은 바로 이 야요이 시대다.
하지만 대부분 일본 사람들은 일본민족의 원형이 형성된 시기를 신석기 조몬 시대로 믿으려 하고,그것도 양에 안차 구석기 유물을 날조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본 사학자들 대부분은,390년에 왕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는 호무다(應神)가 야마토(倭) 왕국의 시조라고 생각한다.
도쿄대 에가미(江上) 교수는 대략 375년께를 전후로 해서 급격하게 바뀌는 고분 발굴물의 성격을 보고,한반도에서 건너온 기마민족에 의한 정복설을 반세기 넘게 주장해왔다.
핵심적 물증은 일본열도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말과 관련된 유물들이다.
하지만 현대 일본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얘기는,'일본인'이란 이 세상 어느 민족과도 전혀 관계 없는 고유 민족이고,'야마토 왕국'은 수천년에 걸친 정치·사회적 발전단계를 거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순수 토착 지배세력인 천황가 선조들의 노력으로 수립된 최초의 통일국가라는 것이다.
수많은 일본 사학자들은 과거에도 현재도,이 모범답안을 다양한 형태로 포장해 일본국민에게 제공해오고 있다.
고구려-백제어는 알타이 계통의 언어로 신라어뿐만 아니라 고대 일본어와도 각별한 친족관계에 있다. 또 고구려-백제어와 고대 일본어의 분리 연대는 그리 오래 된 것이 아니라 한다.현대 한국어와 일본어는 어휘적으로,또 음운론적으로 본다면 거리가 있지만,형태론적으로 또 구문론적으로 본다면 세상에 이들보다 더 친근 관계에 있는 언어는 없다고 한다.
일본서기에 의하면,하타 씨족의 조상인 궁월군이 1백20개 현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405년께 '백제'에서 건너왔다.
409년께에는 아야 씨족의 조상인 아지 사주가 17개 현의 사람들을 이끌고 일본으로 건너왔다.
일본 3대실록은 아지 사주의 무리들이 '백제에서' 건너왔다고 분명히 기록돼 있다.
야마토 지배 씨족 1천1백82개의 조상을 기록한 신찬성씨록에 의하면,하타 씨족 사람들의 수가,5세기 후반 유랴쿠(雄略)왕 때 1만8천6백70명에 달했다고 한다.
속일본기는,야마토 왕국의 핵심 본거지인 다카이치 지역이 아지 사주가 데리고 온 17현 사람들로 넘쳐나 다른 씨족은 열사람 중 한 두명도 안됐다고 기록했다.
결국 이들은 셋쓰,아후미,하리마 등지로 분산 배치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일본서기를 보면,야마토 조정에는 백제 왕족 중 누군가 늘 체류하고 있었다.
예컨대 백제 아신왕의 태자인 전지는 397∼405년 야마토에 있었다.
그는 405년에 부왕이 서거하자 백제로 돌아와 전지왕이 된다.
전지왕은 자신의 누이동생 신제도를 보내 호무다 왕을 모시게 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백제 개로왕은 동생 곤지를 보내 유랴쿠왕을 돕게 했다.
479년에 삼근왕이 죽자,이 곤지의 둘째 아들이 귀국해서 동성왕이 된다.
신찬성씨록을 보면,마히토(眞人)가 황족 중에서 으뜸으로서 마히토 씨족들을 모두 백제 왕족의 후손으로 간주할 수 있다.
백제의 왕인이 천자문을 전했다든가,간무(桓武)천황의 생모가 무령왕 후손이라는 사실 등이 고대 한·일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티끌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고대 한·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백제 멸망 직후인 680년대 덴무(天武)의 명으로 편찬 암기된 역사를 구술 받아 기록한 '고사기'와,이를 토대로 720년에 완성된 '일본서기'등을 수십번 읽어봐야 한다. 그 고사기와 일본서기 전편에 흐르는 내용, 즉 '하늘나라에서 규슈로 내려와 오늘날의 오사카-나라 지역으로 정복해 갔다'는 기록을 보면 '야마토 왕조의 근본은 백제'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wthong200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