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인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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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의 기본은 오를 때 사서 내릴 때 처분하는 것이다. '무릎에서 매수해 어깨에서 팔라'는 격언도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증시에서는 '조정 시 매수, 반등 시 매도'하는 기술적인 매매전략이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 주고 있다. 주가가 일련의 가격조정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뚜렷한 추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수옵션 만기를 비교적 무난히 거친 증시는 수급 개선 기대감과 펀더멘털 약화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며 방향 타진을 모색할 전망이다.
방향성이 드러나기 전까지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매매에 나설 경우 은행, 유통 등 실적주와 민영화 관련주를 위주로 철저히 '가격플레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수급 개선 기대감 = 옵션만기에 예상보다 많은 물량이 청산됐다. 7,255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된 것. 이는 당초 시장에서 나올 것으로 추정한 프로그램 매물 규모인 3,000억∼5,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대량의 프로그램 매물로 종합지수는 동시호가에서 약세로 돌아섰다. 마감 동시호가에서만 5,600억원 가량이 매물이 쏟아지며 지수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매수차익잔고는 지난달 중순 이래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현선물간격차로 프로그램 매매를 유발하는 시장베이시스는 1.33으로, 이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매수차익잔고 부담이 해소되면서 프로그램 매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는 얘기다.
또 증시의 급락세가 진정되면서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기관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잇는 점도 수급 개선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연기금이 하방경직성 강화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에 60% 이상 투자해야 하는 순수 주식형 펀드 유입액이 증가하고 있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투신운용사와 자산운용사의 순수 주식형 펀드 잔액은 9조4,69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500억원 가량 늘었다.
아울러 외국인의 파상공세가 진정되고 있다. 외국인은 순매수 하루만에 다시 855억원을 처분하기는 했지만 UBS워버그에 매물이 집중됐다. 뉴욕증시가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고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주문이 급격히 감소해 긍정적이다.
◆ 펀더멘털 약화 = 수급이 다소나마 개선되며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증시에 '조정다운 조정'을 불러온 다른 한 축인 모멘텀 공백은 지속될 전망이다. 가격 논리와 수급 구조 외에 뚜렷하게 추세를 돌릴만한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먼저 국내 증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가격이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번 분기 실적 악화와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
인터넷 중개 회사인 D램 익스체인지(DRAMeXchange.com)에 따르면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128메가(16×8)SD램 PC133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재 전날보다 개당 2.89% 빠진 2.10∼2.60달러(평균 2.35달러)를 기록했다. 128메가SD램은 21거래일 동안 약세를 잇고 있다.
2/4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 데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매각 협상 결렬로 가격 하락을 우려한 D램 업체들이 물량을 대량 방출하고 있어 이 같은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경기 회복 지연, IT경기 위축, 원화 강세, 유가 상승 등으로 두자릿수 수출회복이 하반기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은 모멘텀 공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실어 준다.
이밖에 소비심리가 다소 진정되고 있어 내수위주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 수준을 다소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9일 내놓은 '2002년 2/4분기 소비자태도조사'에 따르면 소비자태도지수는 57.1로 1.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