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한 느낌을 그림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길은 결국 하나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전남 목포에서 임진각까지 1번 국도 주변풍경을 수묵으로 그려온 한국화가 주영근씨(37)는 최근 꼬박 5년 걸린 작업이 마무리되자 "기쁨보다는 허탈감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작품 '국토 1번지'는 폭 1.5m, 길이 2m 크기의 화선지 1백50여장에 산과 들, 빌딩들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작품을 연결하면 길이가 무려 3백m가 넘는 어마어마한 대작이다. 전주는 월드컵구장,서울은 63빌딩이 한 눈에 들어오고 임진각은 자유의 다리가 그려져 있다. 주씨는 주로 가을에 1번 국도 주변을 일일이 비디오로 찍은 다음 이를 토대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처음부터 큰 화선지에 그릴 수 없어 엽서 크기의 화선지에 그림을 그린 다음 8절지 4절지 2절지 순으로 밑그림을 5번 정도 그렸죠." 그는 1백50여점에 달하는 '국토 1번지'를 제작하는 데만 1억2천만원을 쏟아부었다. 제작비가 떨어지면 금 세공 인쇄소 등에서 일해 돈을 마련하고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임진각에서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까지 연결되는 길의 세계를 그려볼 작정입니다. 그래서 완성된 작품에 아직까지 낙관도 찍지 않았습니다." 홍익대 미술교육원을 다닌 그는 서울 인사동 공평아트센터 등에서 두번의 개인전을 가진 젊은 작가다. 다른 작가들이 시도도 하지못할 작업으로 작가로서의 우직스러움을 여전히 갖고 있다. '국토 1번지'를 일반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2002 월드컵'을 겨냥해 전시를 준비했지만 아직까지 전시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