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프로] (12) '랜드스케이프디자이너' .. 케이알 '채승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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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시 경관은 딱딱하고 삭막하기 이를데 없죠. '직선'과 '회색' 단 두 단어로 묘사가 가능할 정도니까요. 이에 비하면 선진국은 도시 자체가 미술관에 가까울 정도로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도시경관시설물 개발업체인 케이알 채승우 팀장(40)의 직업은 랜드스케이프디자이너(Landscape Designer).
말 그대로 풍경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도시계획이 끝난 신도시의 건물과 구조물 배치에서 테마파크 기획 업무까지 공간을 효율적이고 아름답게 꾸미는 게 그의 일이다.
"한 지역의 경관을 디자인하는 것은 그 곳을 상징하는 컨셉트를 찾아내는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특성 등이 고려대상이죠."
공원의 벤치나 가로등까지 이러한 컨셉트에 따라 디자인이 통일된다.
또한 난간과 같이 보행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경우는 공학적인 강도 등도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구리 토평교에 상징탑을 건립할 때는 일주일 정도 지역 관련 문서를 살핀 끝에 그 곳이 고구려 유물이 많이 발굴된 곳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결국 고구려 무사가 썼던 투구 모양의 상징물을 건립했는데 예상보다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경관 디자인 업무와 일반 제품디자인의 다른 점은 주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상징탑을 디자인했을 때 그 자체만으로는 훌륭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주위 환경과 어우러지지 않으면 실패작이나 다름없습니다."
채 팀장이 이끄는 경관공학팀은 지난해 12억원 규모의 강원랜드 야간 경관 디자인 공사권을 따냈다.
팀원들 모두가 2개월간 강원도 정선에 거처를 마련해 놓고 일에 매달렸다.
"카지노라는 공간 특성상 화려하면서도 동시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해야 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에는 20가지 이상의 색깔 조명을 건물에 쏴 가장 화려하게 보이도록 했습니다. 건물에 반사되는 달빛 조도까지 감안했어요. 무엇보다 관광객들의 소비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게 가장 중요했죠."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채 팀장은 일본 애지현립예술대학교에서 2년간 연구원 생활을 한 다음 일본의 조명개발 업체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0년 케이알에 합류한 후 '영흥대교 완공기념탑 건립' '수원 인계동 걷고 싶은 거리조성사업' '공주 대학로 조성사업' 등 굵직굵직한 공사를 진두지휘했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겨졌던 악취 소음 등의 생활공해가 가장 큰 민원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시각'의 차례입니다. 다시 말해 '흉물스런' 공공시설물도 앞으로 민원 대상이 될 거라는 얘기죠."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요, 박물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채 팀장.
"유럽 도시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달력용 사진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바로 그런 도시 경관을 만드는게 꿈입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