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주가 약세로 닷새만에 급락하며 단숨에 콜금리 인상 전 수준까지 내려왔다. 반도체 등 IT산업 회복 속도에 대한 회의가 커져 경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때마침 경기 회복 속도를 우려한 보고서를 발표해 채권 시장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미국에서는 탄저균 테러 공포가 다시 살아나 안전자산인 재무부채권 매수세를 불러일으켰으며 국내 채권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국채 선물의 경우 반빅(half big, 0.50포인트)이나 상승해 현물금리 하락에 비해 강세가 지나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 국고 금리 테러전 수준 확인 = 10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11%포인트 하락한 6.29%를 기록했다. 지난 콜금리 인상 전인 지난 6일과 같은 수준이다. 장 초반 6.37%에 거래된 뒤 선물 값 상승을 따라 계속 흘러내렸다. 5년 만기 2002-5호는 6.85%로 전날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통안채 2년물과 1년물은 각각 0.13%포인트, 0.07%포인트 하락한 6.15%, 5.44%를 기록했다. 회사채 수익률도 큰 폭 하락했다. AA-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0.11%포인트 하락한 7.07%를, BBB- 등급 수익률은 0.11%포인트 하락한 11.04%를 각각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큰 폭 상승했다. 6월물은 0.50포인트 오른 103.74로 마감했다. 지난 6일 기록했던 장중 고점 103.72도 경신했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과 투신사가 1,600계약, 2,498계약 순매수한 반면 은행과 보험사는 각각 3,214계약, 734계약 순매도했다. 이날 상장된 국채선물 옵션은 국채선물 6월물 풋옵션이 526계약, 콜옵션이 158계약 거래됐다. 행사가격은 주로 103.00, 103.50에 집중됐다. ◆ 금리 하향 안정 전망 = 경제 회복속도에 대한 회의감과 주가 조정, 투신권의 전날 과다한 선물 미결제량에 따른 선물 매수세가 이날 금리 하락을 이끌었다. 반도체 128메가 SD램 PC133은 지난달 9일 3.60달러를 기록한 이후 연일 하락, 10일 오전 현재 2.09달러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은 물론 전반적인 IT산업의 회복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며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0.74포인트, 2.47%나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7.73%나 급락했다. 상대적으로 채권 시장에서는 매수 우위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편 투신사의 국채선물 미결제 순매도량은 9일 1만9,120건을 기록, 전날보다 5,150건이나 증가했다. 투신사는 이에 대한 부담으로 10일 시장에서 국채선물을 대량 순매수하며 선물값을 끌어올렸다. 시장 관계자들은 반도체 값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펀더멘털과 관련한 주식시장 상승 요인을 찾을 수 없어 당분간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의 윤항진 연구위원은 "1차적으로 국고 3년물 금리가 6.2%대에 안착하고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5.0%선 이하로 내려가면 6.1%대도 노릴 수 있다"고 밝혔다. 10년 만기 재무부채권 수익률은 9일 미국 시장에서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5.17%를 기록했다. 국채 선물이 현물 금리 하락속도보다 빠르게 급등한 만큼 차익매물이 쏟아질 것은 우려했으나 중기적으로 금리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최재형 대리는 "특별히 외적으로 매도세를 유발할 만한 요인은 없지만 급등 후에는 추격 매수가 부담돼 다음주 월요일까지 강세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반도체값 하락과 주가 조정이 더 이어질 공산이 커 중기적으로 금리가 하향 안정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주 금리를 인상해서 당분간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금리 하락을 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다음 주 소비자물가, 산업생산,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발표된다. 시장에서는 다음 한 주도 이 같은 경제 지표 동향과 이에 따른 재무부 채권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 KDI, 경기 판단 들쭉날쭉 = 한편 이날 금리 하락에는 경제 회복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도 한 몫 했다. KDI는 월간경제동향에서 "최근 반도체값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조정되면서 주식시장이 약세로 반전되고 있다"며 "이 같은 점은 향후 경기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수출은 4월에 전년 동기대비 9.7% 증가했지만 작년 4월의 낮은 실적을 감안하면 기술적인 요인이 크므로 아직 높은 수준의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KDI는 지난달 19일만 해도 미국 등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에 따른 수출의 조기 회복 가능성, 저금리에 따른 내수 확대, 환율 상승에 따른 총수요 측면의 충격 등으로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미국보다 콜금리를 일찍 올릴것을 주장했다. 불과 20일만에 KDI의 경기 판단이 크게 바뀐 것과 관련해 시장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혼란을 유도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