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이강원 행장 체제 출범 이후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6개월여를 끌어온 하이닉스반도체 매각협상은 행장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 1일 끝내 결렬됐다. 신탁상품에서 원금 손실을 본 고객들에게 고금리 예금상품을 제공했다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중지 '명령'까지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본점과 지근 거리에 있는 서울 서소문지점에서 40억원대의 횡령사고까지 발생했다. 이런 와중에 10일 열린 외환은행 이사회는 분위기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평소 1∼2시간이면 끝났던 이사회가 무려 다섯시간을 끌었다. 간간이 복도로 나온 임원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사회의 첫 안건은 임원진 개편.이 행장이 외부에서 영입됐다는 이유를 들어 소폭 개편을 점치는 시각도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됐다. 은행 전체가 술렁거렸고 본격적인 '이 행장 체제'를 실감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때쯤 금감위가 외환은행의 고금리 예금상품을 금지키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가입한 고객들을 설득해 고금리 약정을 취소하지 않으면 규정 위반으로 제재하겠다는 내용도 보고됐다. 자연히 이에 대한 대책이 두번째 안건으로 올랐다. 장시간을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이사회는 "금감위 결정을 문서로 공식 통보받기 전까지는 은행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결론만 내린 채 회의를 마쳤다. '날렵한 코끼리론'을 주창하며 '규모는 크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은행'을 지향하고 있는 이 행장. 그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는 골치 아픈 문제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관심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