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美-EU, 新경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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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오프라인 산업인 철강에서 밀리던 미국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공세적으로 나온 것은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온라인 신경제 분야에서 밀리던 EU(유럽연합)가 미국을 공격하고 나섬으로써 마치 '온앤오프(On & Off)' 신경전이 벌어지는 듯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어 주목된다.
EU가 전자상거래 과세를 사실상 확정한 것이라든지,EU차원에서 MS(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해 뭔가 강경조치를 취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 등이 바로 그런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EU 15개국 재무장관들은 내년 7월부터 역외기업들이 역내 소비자들에게 전송하는 각종 디지털 콘텐츠(게임 음악 소프트웨어 등)판매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EU의 이런 조치는 그동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논의돼 왔던 '소비지 과세원칙'을 상기해 보면 사실 별다른 것도 아니다.
아마도 EU로서는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빚어지고 있는 심각한 무역역조라든지 조세적 측면에서의 원칙과 수입을 고려했음직하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 생산과 수출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가급적 시간을 끌고 싶은데 EU가 이렇게 미리 나서고 있으니 심기가 편할리 없다.
미국 정부가 EU 조치의 적용에 대해 WTO에 제소하겠다고 들먹이면서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고,또 미국 기업들이 무역장벽이라면서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 것은 모두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관심을 끄는 것은 MS사를 향한 EU의 공격 움직임이다.
MS와 미 법무부간의 합의안(반독점법 위반 시정안)을 거부하며 소송을 고집하는 9개 주(州)정부들로 인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 MS로서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EU 경쟁당국은 약 3년간의 조사끝에 이제 MS에 대해 뭔가 분명한 조치를 생각하고 있는 것같다.
경쟁기업들의 미들웨어가 경쟁할 수 있도록 번들링이 배제된 순수 윈도버전 제공과 더불어 소스코드 공개를 압박해 들어간다면 MS가 꿈꾸는 인터넷이나 닷넷전략에는 무시못할 타격이 가해질 수도 있다.
사태가 이렇게 진전되면 미국 당국이 가만히 있을까.
그러잖아도 지금 미국 경쟁당국은 EU 경쟁당국이 소비자 이익보다 경쟁기업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다며 불만이 쌓인 터다.
이런 가운데 EU가 미 법무부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MS에 강경조치를 취하고 나선다면 그 여파는 GE의 하니웰 인수를 EU가 무산시켰을 때와는 크게 다를 것이다.
EU가 조세정책이나 경쟁법을 앞세워 미국에 대응한 효과가 나타나고 이에 다른 국가들까지 호응하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비화될게 분명하다.
그렇게 될 경우 2단계 신경제는 다른 국가들이 뭐가 뭔지 잘 몰라서 더욱 미국에 유리하게 전개됐던 1단계 신경제와는 분명히 다른 경쟁환경에서 진행될지도 모른다.
논설ㆍ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