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지난 10일 외국계 증권사가 배포한 리포트가 국내 증시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벌어지자 한 투신사 중견 펀드매니저가 내뱉은 말이다.


문제의 리포트는 D램가격 하락등으로 삼성전자의 향후 수익성이 둔화되고,이에따라 투자의견을 종전 '강력매수'에서 '보유'로 두 단계 하향조정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에 영향을 받은 외국인의 매물과 국내기관의 추격 매도가 가세하자 시가총액비중이 20%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가는 무려 7%이상 폭락했다.


증권사가 상장(등록)기업의 수익 전망치 등을 분석해 투자의견을 수정하는 것은 본연의 일이다.


증권사는 이같은 리서치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수억∼수십억원에 이르는 몸값을 주면서 유능한 애널리스트를 스카우트한다.


만약 워버그증권의 예상대로 D램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둔화되면 이 리포트는 '히트작'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이 리포트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투자의견 하향조정 사실을 특정고객에게 미리 통보해줬다는 의혹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리포트가 배포되기 하루전인 지난 9일 워버그증권을 통해 외국인 매물이 대량 나왔다.


물론 워버그증권은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투자의견이 단 3일만에 번복됐다는 점도 상식밖의 일로 증권가는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6일 강력매수의견을 단 보고서를 참조해 삼성전자를 산 투자자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시장에 '충격'을 준 리포트를 낸 워버그증권과 여기에 배신감을 느끼는 국내기관을 지켜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한 개인투자자는 "불과 며칠전까지 삼성전자를 집중매수해온 기관들이 지난 10일 덩달아 매도세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더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워버그증권보다 국내기관이 더 밉다는 반응도 나온다.


외국인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국내기관들은 언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장진모 증권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