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서당은 삼월 삼짇날 문을 열고 중양절(重陽節)인 구월구일에 학업을 끝내는게 관례였다. 당시엔 스승을 위로하는 날이 따로 있지는 않았지만,유월 유두일에는 부모가 싸리나무로 한아름의 회초리를 만들어 서당을 찾았다고 한다. 이 회초리로 자식의 종아리를 때려 부디 제대로 된 '인간'을 만들어 달라는 의미였다. 촌지 대신 회초리를 바친 조상들의 깊은 뜻이 새삼스러워진다.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이란 두 말할 것도 없이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인격의 표상이거나 인생의 푯대를 제시해 준 분들일 게다. 그래서 우리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거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해서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교사는 많아도 스승은 없다고 얘기한다. 공교육의 붕괴가 참스승의 부재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학교는 오로지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는 경쟁장으로 변했고,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게다가 교사와 학부모,교사와 학생간의 불신도 전에 없이 깊어지고 있는 듯 하다. 서로 만나 즐겨야 할 스승의 날에 학교를 쉴 지경이 돼버렸으니 말이다.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이 돈을 추렴하거나 부모들이 촌지를 건넨다 해서 아예 교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여러 비판이 비등해 올해는 훨씬 덜하지만 지난해는 서울시내 초등학교의 40%가 휴교했었다. 좀처럼 개선될 기미조차 없는 이러한 교육현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선생이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자괴적인 얘기들이 나돌 정도이다. 스승의 날에 감사의 편지를 하고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던 시절이 불과 얼마전인데 사제간의 신뢰가 깨진 것 같아 여간 아쉽지 않다. 올 스승의 날엔 삶의 고비에서 힘이 됐던 옛 스승을 찾아 오순도순한 자리를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교육이 바로 서는 지름길이 아닐까. 루소는 그의 명저 '에밀'에서 교육은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스승의 날에 한번쯤 새겨보고픈 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