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태평로 본관 25층 회의실. 윤종용 부회장의 집무실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이 회의실에 지난 6일 오전 9시30분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을 이끌고 있는 4명의 사장이 함께 모였다. 이윤우(반도체) 진대제(디지털미디어) 한용외(생활가전) 이기태(정보통신) 사장. 삼성전자의 성장신화를 이끌고 있는 주역들이다. 옅은 주황색 카페트가 깔린 회의 한 켠에는 1백억불 수출탑을 비롯해 삼성전자가 그동안 받은 각종 수상 트로피들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었다. 이날 모임의 주제는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 좌담회는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 분석에서 시작됐다. [ 참석자 ] 이윤우 반도체부문 총괄 사장, 진대제 디지털미디어부문 총괄 사장, 한용외 생활가전부문 총괄사장, 이기태 정보통신부문 총괄사장. 이봉구 한경 산업담당부국장 (사회) ............................................................................. ▲이 부국장=삼성전자의 성장에 대해선 여러 분석들이 있습니다만 최고경영자(CEO)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윤우 사장=지난해 혹독한 정보기술(IT) 불황이 삼성전자의 강점을 극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0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을 때만 하더라도 D램 호황 덕분이라는 지적이 많았죠.하지만 지난해에는 일본 10대 전자업체들이 2조엔에 달하는 적자를 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대규모 이익을 실현했습니다. 그만큼 각 사업별 경쟁력과 기업운영 등의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본이 튼튼해진 것이지요. D램의 경우 IBM HP 컴팩 델 등 세계 최고 기업들과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원가와 품질에서 일류가 되지 않고서는 이런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습니다. ▲한용외 사장=현재의 삼성전자는 지난 1993년 있었던 신경영 선언의 결과라고 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운영의 철학을 가지고 인재양성과 기술확보를 독려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온 것이 오늘의 결실로 이어진 것입니다. ▲진대제 사장=뛰어난 인적자원이 많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삼성에는 1천2백명의 박사급 인재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이 앞선 기술 흐름을 읽으면서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IT 기업과 달리 반도체와 통신 생활가전 PC 디지털미디어 등의 사업군을 갖추고 있어 경기사이클의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문성이 강조됐지만 지금은 복합화가 추세입니다. ▲이기태 사장=성과에 대한 보상시스템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이익배분제(PS)와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과감한 스톡옵션제 도입을 통해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 주기 때문에 자부심과 함께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됩니다. 이 결과 세계에 없는 제품을 내놓기 위한 내부경쟁도 치열합니다. ▲이 부국장=삼성전자가 보다 강한 기업이 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을 텐데요. ▲진 사장=소프트웨어 등 기반 기술과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지만 소니 HP 등 미국과 일본의 선진업체와의 격차를 완전히 극복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스포츠 마케팅 투자를 더욱 강화하고 마케팅 프로세스 개선 등의 내부 노력을 확대해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높여가야 합니다. ▲이기태 사장=고객의 요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사용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제조 만능주의적인 사고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제는 고객의 변화하는 요구들을 민첩하게 감지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시장중심(Market Driven)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이 부국장=현재 맡고 계신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세계 1위 기업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이기태 사장=지난해 삼성전자의 휴대폰은 매출액면에서 노키아 모토로라 다음으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과거 소니의 워크맨처럼 '고급 휴대폰은 삼성'이라는 이미지가 세계 고객들에게 인식돼 가고 있습니다. 휴대폰 전략은 월드 퍼스트(World First)입니다. 최신기술과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을 최초로 출시함으로써 세계 1위 업체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CDMA 1X 단말기 및 유럽형 GPRS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데 이어 향후 4세대 제품도 가장 먼저 내놓을 계획입니다. 또 다른 전략은 완벽한 품질을 기반으로 기능과 디자인에서 월드 베스트(World Best) 제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미 경쟁사와 차별화된 TV폰 카메라폰 워치폰 컬러폰 40폴리폰 등을 출시해 기술력을 입증받았습니다. 시스템 분야는 인터넷 프로토콜(IP)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교환기(NGN) 및 기업용 네트워크 사업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진 사장=가격과 품질만으로는 일류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각 사업부문이 가진 기술력을 기반으로 디지털 융복합화(Convergence)를 이뤄내 다양한 제품군을 쏟아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오락(엔터테인먼트)과 정보(인포메이션) 기능을 강화해 'M3(모바일 멀티미디어) PC'시장영역을 창출해 나가는 한편 노트북 PC 사업을 2005년까지 세계 5위 이내로 육성할 것입니다. 또 FED(전자방출소자) 유기EL 등 신소재를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을 20%대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콘텐츠 서비스 역량 확보를 위한 제휴도 강화할 것입니다. ▲한 사장=생활가전은 세계시장에서 소비자들과 직접 맞닥뜨리면서 삼성 전체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분야입니다. 가전제품에는 지역성과 문화성을 더욱 반영해야 하며 글로벌화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2005년까지 빌트인(Built-in·붙박이) 등 고부가 시스템 분야로 사업구조를 재편,매출 60억달러의 세계 3위권 가전업체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입니다. ▲이윤우 사장=시스템 LSI 분야에서는 삼성전자내 시너지를 창출시킬 수 있는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1위 제품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디지털 융복합화시대에서는 핵심기술과 디바이스(부품)의 공급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SOC(System On Chip)가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시스템 기술이 강해져야 합니다.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나노테크놀로지 등 신기술과 기존 IT와의 접목을 통한 신규사업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나가겠습니다. ▲이 부국장=지난달 열린 전자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는 사업부간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이 강조됐습니다. 내부경쟁을 하다보니 사업부간 갈등이 적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데 협조체제는 어떻게 강화해갈 생각인지요. ▲한 사장=사업부별 갈등이 심할 것이란 이야기는 외부 시각일 뿐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선의의 경쟁이라고들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으니 이런 시각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작은 갈등이라도 생기면 자원의 분산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총괄 단위,전사(全社) 단위 또는 그룹차원에서 조정을 수시로 하고 있습니다. ▲진 사장=디지털TV의 경우 전자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는 'DTV 일류화 추진위원회'를 매달 열고 있습니다. 디지털미디어 총괄내에서도 작년에 개인휴대단말기(PDA) 사업을 위한 사업부간 협력조직인 PIC팀을 운영했습니다. 홈시어터 사업을 위한 추진팀도 구성할 계획입니다. ▲이윤우 사장=디바이스 솔루션 네트워크 총괄은 사업부간 협력이 가장 잘 이뤄지는 부문 중 하나일 것입니다. 반도체와 LCD 제품이 세트기기의 기본 소자이기 때문에 사업부간 협력은 사업의 필수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기태 사장=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업의 영역 구분이 점차 없어지고 있습니다. 고객은 하나의 기기로 여러가지 기능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21세기는 소유의 시대라기 보다는 접속의 시대인 셈이지요. 삼성전자는 각 부문이 한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에 어느 기업보다 상호 접속이 용이한 환경 속에 있습니다. 정리=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특별취재팀=이봉구 산업담당부국장(팀장),강현철,이익원,조주현,김성택,이심기,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