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경기는 한국과 일본 국민이 서로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한일 2002년 월드컵대회'를 20일 앞두고 게재한 상자기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 문화의 유사성과 이질성을 함께 소개하면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그같이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 근접성과 언어의 유사성, 불교와 유교의 숭상, 젓가락의 사용 등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흡사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함께 비교하는 것과 같다. 이번에 한국과 일본을 처음으로 찾게 되는 세계의 축구팬들은 이들 나라의 문화에서 많은 유사성을 발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 국민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적개감, 견제 등을 생각하면 독일과 프랑스 국민을 비교하는 것이 맞다. 한국과 일본은 이혼을 앞두고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부부 처럼 모든 일에 의견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도 동해냐, 일본해냐를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이번 대회의 이름을 영문으로 한일 월드컵 또는 일한 월드컵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공동주최 결렬위기까지 갔었다. 한국이 7세기 이후 일본 왕실의 생성에 기여하고 많은 고급문화를 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들어와 오랜기간 한국은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가져왔다. 일본은 한국을 아우 국가 정도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이러한 관계가 역전돼 가고 있다. 일본의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의 역동성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지금 한국의 언론들은 일본에 대해 많은 충고를 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즐기는 것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쿄대학 역사학과 로널드 토비 교수는 현재 일본에는 한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지난 1900년대부터 1990년까지 한국어 공부를 했던 사람 보다 많을 것이라며 한국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0~20년간 한국과 일본 국민은 서로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꿀 것이며 이들은 그 계기가 월드컵대회 공동개최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