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2의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로부터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찬반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현재 분리를 요구하고 있는 지역은 LA 서북부 샌퍼낸도 밸리와 중부 할리우드, 남부 샌피드로 하버(항구) 3개 지역으로 면적이 가장 큰 샌퍼낸도 밸리(이하 밸리)의 분리 운동이 가장 활발하고 가능성도 가장 높아 보인다. 인구 135만명의 밸리(면적 576㎢, 여의도의 192배)가 LA로부터 분리되면 LA 인구는 234만명으로 줄어 미 제2의 도시에서 뉴욕.시카고에 이은 3위로 전락하며 밸리는 제6의 대도시로 자립하게 된다. 밸리가 LA시로부터 분리되면 미국 사상 최대의 도시 분리가 된다. 만일 밸리.할리우드.하버 3개 지역이 LA시(면적 1천200㎢)로부터 독립하면 시전체인구는 절반, 전체면적(1천200㎢)은 40%로 줄어든다. 밸리는 1915년에, 하버는1909년에 LA시로 편입됐었다. 주법에 의하면 3개 지역이 LA로부터 떨어져나가려면 분리대상 지역 주민과 시 전체 투표자의 절반이상 지지를 얻어야 하므로 분리옹호단체들은 지지층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제임스 한 시장 등 시정부 및 의회, 종교 단체의 분리반대 활동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분리 찬성= `밸리 보트(Valley Vote)' 등 샌퍼낸도 밸리 분리운동 단체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도 치안.도로보수.쓰레기처리 등에서 별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해왔다. 분리 단체들은 밸리 주민들이 내는 연간 10억달러의 세금중 5.6% 정도가 자신들의 거주지역에 사용되지 않고 다른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전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밸리 주민이 LA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상에 달하지만 LA경찰의 25%만이 밸리지역을 순찰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밸리 분리운동단체인 '밸리 투표자들'의 제프 브라이언 회장은 "LA는 너무 비대해 효율적으로 시정을 펼칠 수 없다"며 "시청까지 차로 2시간이 걸리고 25개주를 합친 인구보다 인구가 많은 도시는 지방정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1월 주민투표에서 백인과 중산층이 밀집한 밸리 분리안이 통과되면 밸리는 향후 20년에 걸쳐 `별거 수당' 명목으로 5천580만달러를 LA시에 지불해야 하며 밸리시는 내년 7월1일 새 시장과 14명의 시의원을 자체 보유하게 된다. 밸리 시정부 출범후 1년동안 쓰레기 수거, 경찰.소방서 활동과 같은 필수 서비스는 LA시로부터 제공받으나 그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경찰국과 소방국을 신설할 수 있다. 할리우드(인구 20만명, 면적 51㎢), 하버(인구 14만5천명, 면적 73㎢) 지역의 불만도 밸리 지역과 대동소이하다. 할리우드 분리 옹호자인 페어스 웨브는 "우리는 시에 의해 무시당하고 있다"며 "할리우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중 하나인데도 쓰레기 하나 치우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명물인 차이니스 시어터 주변은 범죄와 무숙자로 들끊고 있다고 웨브는 주장한다. 할리우드 분리주의자들은 최근 LA의 상징인 `할리우드' 사인판의 소유권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분리 반대= LA 시정부는 분리 불가의 이유로 ▲수자원 이용권 ▲밴나이스 공항 운영권 ▲시 부채나 공공재산 ▲도서관 장서나 중앙집권식 통신시설 ▲일원화된 공무원 인력과 서비스의 분리 등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 정부는 공항이나, 소방서, 경찰서 등 공공기관이나 공공서비스를 공평하게 분리하는 작업에서부터 연방이나 주예산 수혜상의 어려움 등 복잡한 문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임스 한 시장의 반대 입장은 단호하다. 그는 "분리가 또 다른 관료주의 양산으로 분리된 시나 다른 시 전체 주민들 모두에게 해가 될 것"이라며 "분리요구는 경제회복 노력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샌 피드로에 살고 있는 한 시장은 "LA시의 어떤 지역 분리도 비용이 많이 들고 재정.치안 부문의 취약성이 너무 크다"면서 분리 반대 운동을 위해 TV 홍보 등에 500만달러를 투입할 것을 천명했다. 종교지도자들도 밸리 지역의 저소득층과 공공안전이 개선되지 않고 시 발전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시가 쪼개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밸리 분리로 시 전체 인구의 35%, 중산층의 절반이상이 떨어져 나가면 세수가 줄고 결국 그 피해는 흑인 등 소수계에 대한 서비스 질 저하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밸리는 전체 주민의 45%가 백인, 30%가 라틴계, 나머지가 흑인과 아시아계로 대부분이 중산층에 속해 있으며 시 전체 세수의 30%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LA시의 올해 예산적자는 2억5천만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인구학자들은 백인이 다수인 밸리의 지역 분리는 `인종 분리'라는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분리반대단체인 LA통합연합의 마르코스 고메스는 "시가 쪼개지면 정치적 영향력과 각종 컨벤션이나 대형스포츠이벤트 등행사유치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LA를 더작은 도시로 나누기보다는 더 강한 도시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어윈 체머린스키 남가주대(USC) 교수(법학)는 밸리 분리는 1915년 LA 편입 때부터 문제가 된 사안이라며 시정부가 일부 기능을 분리요구지역으로 이양, 자치도시로서 남아 있게 하는 절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 도시 창설을 관장하는 지방기관구성위원회(LAFCO)는 오는 22일 샌퍼낸도 밸리 분리안을 오는 11월5일 중간선거때 주민투표에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회는 밸리 분리안이 주민투표에 상정될 경우 시장 및 시의원 선거도 11월5일 동시 실시토록 할 계획이다. 9인 위원회는 지난달 말 밸리가 LA시로부터 분리돼도 재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분리주의자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지난 3월 LA 타임스 여론 조사에선 밸리 주민의 55%가 분리에 찬성, 1년전 조사때보다 지지율이 19%포인트 높아졌으며 분리반대는 36%였다. 시 전체로도 분리찬성이 46%로 8%포인트 상승한 반면 반대 응답은 38%로 7% 포인트가 낮아졌다. 그러나 보고서 책임자인 래리 캘러민 위원장은 위원들에게 주민투표 상정을 권고하지는 않겠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주민투표 회부여부는 불투명하다. 설령 투표에 회부돼도 찬반운동 강도에 따라 지지율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 통과를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밥 허츠버그 주하원의원, 웬디 그루얼 시의원, 재니스 한 시의원(제임스 한 시장 여동생) 등 분리요구 지역구 출신 의원들은 최근 분리방지 대안으로 밸리 등이 LA시에 잔류하되 7-15개의 준(準)자치도시로 분할, 공직자선출.예산집행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주민투표에 회부할 계획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위원회는 11일 하버 지역이 독립후 재정자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으며 주 재무부는 10일 별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할리우드와 하버 지역 모두가 재정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위원회는 주 재무부의 보고서에 구속받지 않으나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없다고 자체 판단한 지역에 대해선 분리안을 주민투표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보고서는 분리반대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반대자들은 할리우드 및 하버 지역의 분리안이 주민투표에 회부되지 못할 경우 밸리 분리안이 주민투표에 회부돼도 투표율 저조로 시 전체 투표의 과반득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분리찬성자들은 할리우드와 하버 주민들의 반발 심리로 밸리 분리안이 주민투표에 회부될 경우 오히려 이 지역 주민들이 대거 투표에 참석, 밸리 분리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위원회는 하버와 할리우드에 대한 주민투표 회부여부를 다음달중으로 결정한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