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11시30분 부산 동래구 사직동의 음식점 골목. 부산 월드컵경기장 정문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이 음식점 골목은 점심시간 전인데도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골목입구에 있는 주문진막국수집엔 빈자리가 없어 식당 바깥에선 손님들이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말 2백여개에 불과하던 골목내 식당수도 최근 4백여곳으로 늘어났다. 한 음식점 주인은 "월드컵경기장이 생긴후 가족나들이객과 운동하러 오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매출도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즐거워했다. 월드컵 개막 보름여를 앞두고 월드컵경기장 주변상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장 주변에 마련된 휴식공간을 찾는 지역주민들이 늘면서 상권이 함께 커가고 있다. 인근 부동산시장도 꿈틀거리고 있어 월드컵경기장이 지역의 노른자위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핵심상권으로 뜬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수성구 대흥동 일대도 지역명물로 떠오르면서 가족나들이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조깅코스로도 인기를 끌면서 상가 음식점 등의 신축공사가 크게 늘고 있다. 주민 김영근씨(61)는 "경기장 개장 이후 건축붐이 일면서 인근 시지동 일대에는 1년사이 빈땅이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경기장 인근의 새한 공장부지에는 호텔과 대형할인점 스포츠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남측 정문에서 한 블록 떨어진 마포농수산물시장은 지난해말 경기장 개장으로 주차장이 확충된데다 지하철 6호선이 개통돼 유동인구가 급증했다. 이곳에서 과일장사를 하는 오금자씨(56.여)는 "경기장 구경을 오는 사람이 늘면서 주말에는 1백만원어치 정도 팔린다"며 "지난해 여름보다 3∼4배 많이 팔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은 문학월드컵 경기장 주변인 구월동과 관교동의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킴스클럽을 중심으로 금융가 식당가 삼성전자인천본부 패스트푸드점 등 다양한 시설이 생겨났다. 팔달구 우만1동에 위치한 수원시 월드컵주경기장은 월드컵이 끝나면 엔터테인먼트플라자로 변신, 신흥 상업지역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 주변 부동산시장이 꿈틀댄다 =월드컵경기장 주변의 부동산열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울산시 남구 옥동과 무거동에 위치한 문수월드컵경기장 일대가 대표적인 지역. 한국주택공사는 지난 97년부터 이 지역 13만평을 주거단지로 조성해 아파트분양에 나섰으나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말 월드컵경기장이 완공되면서 이 일대 옥현주공 1,2,3단지 3천여가구가 불티나게 팔렸다. 주공은 이에 힘입어 3단지 인근에 4백50가구의 4단지 아파트건립을 추진중이다. 부동산값도 크게 올랐다. 주공3단지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말 평당 3백20만원에서 최근에는 3백50만∼4백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전 월드컵경기장 주변은 오는 16∼17일 노은지구 상업용지 분양을 앞두고 벌써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광주는 월드컵경기장 인근 풍암지구 2천3백여평에 55억원을 투입, 내년까지 생활체육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오랫동안 침체됐던 부동산경기가 경기장 주변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