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bceo@kab.co.kr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는 시세에다 덤으로 강을 보는 값을 얹어줘야 살 수 있다. 최근 한강 조망(眺望)이 가능한 아파트가 선호되면서 집은 남향(南向)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무시한 채 강 흐름과 나란히 고층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 한강의 입장에서 보면 먼 산,가까운 언덕 할 것 없이 온통 아파트에 시야가 가려져 답답한 마음과 거부감을 가질 것 같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지형과 폭 좁은 육로,부족한 교량 등으로 일찍부터 한강을 비롯한 이 땅의 모든 수계(水系)가 교통로로 활발히 이용돼 왔다. 특히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인 서울은 한강을 통해 비로소 서해바다로 숨통이 트여지는데,한강은 통일신라시대 이후 뱃길로 활용돼 어떤 때는 삼남지방에서 몰려온 조운선(漕運船)으로 강물 반,배 반을 이뤘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있다. 한강의 강폭은 파리의 센강보다 훨씬 넓다. 수량은 사시사철 철철 넘치며 수질도 많은 물고기가 서식할 수 있을 만큼 좋다. 그러나 그 강이 너무 멀리 있다. 뚝섬 물놀이나 광나루 뱃놀이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이들에게,일부 강 가까이 있는 아파트 주민 외에는 강기슭에 접근조차 힘들다는 현실은 정말 허전하고 아쉬운 일이다. 강변도로를 씽씽 달리는 자동차 조망보다는 연인들끼리 혹은 아기 손잡고 한가롭게 거니는 시민의 한강이 절실하다. 센강의 유람선에서는 관광 가이드가 강변을 가리키며 "저기 보이는 집은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생가"이고,"또 저쪽 언덕 위는 소설 '괴도 루팡'의 무대"라는 식으로 자랑스럽게 안내를 하고 있지만,우리는 한강 유람선에서 무엇을 보여줘야 할 지 걱정스럽다. 훼손된 자연이라도,오늘 좀 덜 누리는 절제력에 따라 얼마든지 후손들에게 원상(原狀)으로 되돌려줄 수 있다. 이제라도 욕심을 접고 강 주변을 살려나가자. 한강의 둔치조차 강이 숨쉬는 소리를 듣기에는 너무 멀다. 모래톱에 핀 패랭이 꽃,뻘밭 속에 핀 노란 부들꽃 사이로 물과 살이 맞닿아 철썩이는 그런 시민의 친수공간(親水空間)을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