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못 만났으면 넋새가 돼 울고 다닐 것이다." "52년을 혼자 살았는데 어떻게 또 혼자 가요. 나 집에 안 갈거야.이제 어떡하라고…." 지난달 말 금강산에서의 이산가족 상봉때 52년 만에 만난 지아비를 붙들고 통한의 감정을 쏟아냈던 정귀업 할머니(75)의 아픔이 '서글픈 만남-정귀업 할머니 이야기'라는 노래로 만들어져 또 한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어떤 얼굴로 당신을 만날까요/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요/두번 다시 못 볼거라고 /그렇게 체념하며 살았었는데/꿈결처럼 나 당신의 손을 잡고/울고 있네요/이대로 함께 살고파요/하지만 다시 헤어지라 하네요/사랑한다는 말도 못했는데/통일되는 날 우리 다시 만나요/그 때까지 꼭 살아 계세요…." 분단의 장막도,세월의 벽도 정 할머니를 가로 막지는 못했다. 이산가족의 한을 담은 애틋한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 마음에 못이 박히면서 할머니에게는 '넋새 시인''이산(離散)시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노래를 만든 윤민석씨는 "할머니의 아픈 마음이 다소라도 위로가 될까 해서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남편을 기다리며 절절한 마음을 담은 망부가(望夫歌)가 많다. "주룩주룩 오는 비야/나의 간장 녹이는 듯/비야 비야 오는 비야/이 내 눈에 흐른 눈물/점점이 씻어다가/만리장성 흐른물에/임 계신 곳 부쳐주지/실실 동풍 부는 바람/나의 한숨 불어다가/임 계신 곳 부쳐주게…." 자신의 간곡한 심정을 집 떠난 남편에게 전해 달라고 비 바람 기러기에게 하소연한다. 또 여러 지방에서는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望夫石)에 얽힌 일화들이 전해오고 있다. 망부가든 망부석이든 우리네 여인들의 깊은 정절이 몸으로 느껴지는 듯 하다. 인생살이에서 견디기 힘든 일은 이별이 아닌가 싶다. 헤어지는 것도 슬픈데 그것이 정 할머니의 경우처럼 생이별이라면 더더욱 가슴을 후빌 것이다. 남북분단의 현실속에서,기약없는 만남을 기대하며 오늘도 가슴만을 쓸어내리고 있을 이산가족들의 심정이 헤아려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