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서울 5차동시분양에 참여할 주택업체들이 아파트 분양가격 결정을 앞두고 골치를 앓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7일 4차 동시분양때 첫 적용한 '분양가 자율조정 권고방안'의 문제점을 보완,새로운 시행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주택업계는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분양가를 연초에 비해 크게 내려야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않다고 하소연한다. 뜻대로 조정이 안되면 분양참여를 포기하겠다는 업체까지 나타날 정도다. 이 때문에 5차 동시분양에 나올 물량이 예정된 1천4백여가구보다 크게 줄어들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양천구 목동에서 아파트를 내놓을 L사는 다음주 말까지 서울시에 최종 공급신청을 해야 하지만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아파트여서 재건축조합과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 분담금이 높아지게 돼 조합의 반발에 부딪치게 된다. 그렇다고 해당업체가 조합원 분담금을 물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시세에 맞춰 대강 결정하면 해당 구청의 재조정 요구에 걸릴 게 뻔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인 셈이다. 5차 동시분양 물량의 대부분이 재건축단지여서 나머지 업체들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분양을 연기하는 업체도 있다. 관악구에서 분양예정이었던 B사의 경우 재건축조합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번 분양을 포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이 비슷한 곳에서 분양할 업체들의 경우 업체간 눈치보기도 치열하다. 4개 업체가 분양예정인 강서구의 경우 처음으로 분양가를 결정한 업체를 따라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곡동에서 분양예정인 한 업체는 분양가를 지난 4차 때와 비슷하게 책정해 놓고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중소업체와 대형업체 간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중소업체는 대형업체에 비해 회사관리비가 적게 드는 탓에 같은 지역에서 분양하더라도 분양가 하향조정이 훨씬 쉽다. 따라서 대형업체에 비해 가격경쟁을 앞세운 분양경쟁은 한결 수월한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의 이같은 우려와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5차 동시분양에 나오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지난 4차 때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