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이후 줄곧 상승해왔던 소비자 기대지수가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진정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지난 3월의 소비자 기대지수는 통계청이 1998년 11월 소비자 전망 조사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109.4)를 경신할 만큼 지나친 감이 있었다. ◆ 소비경기 숨고르기 =소비자 기대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6개월 이후의 경기와 생활형편 등을 현재와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4월 중 소비자 기대지수는 109.4로 전달보다 약간 둔화되기는 했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말 이후 경기가 가장 좋았던 때는 1999년(경제성장률 10.9%)과 2000년(경제성장률 8.8%)이었다. 당시의 소비자 기대지수 최고치는 106.2(2000년 1월)에 불과했다. 4월의 소비자 기대지수가 조금 낮아졌다고 해서 소비심리가 본격적으로 위축됐다고는 볼 수 없는 이유다. 다만 6개월 연속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상징적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 고소득층의 기대심리 하락 =소득계층별로 보면 저소득층의 기대감은 변화가 없거나 나아진 반면 고소득층의 기대심리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소득 1백만∼1백49만원의 저소득층은 소비자 기대지수가 지난 3월 106.8이었으나 4월에는 108.3으로 높아졌다. 1백만원 이하 빈곤층은 소비자 기대지수가 101.1로 절대수준이 높지 않은 데다 전달에 비해 변화도 없었다. 반면 3백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115.6에서 114.7로, 2백50만∼2백99만원의 중상층은 114.6에서 111.8로 떨어졌다. 고소득층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자산가치를 나타내는 자산평가지수는 주식과 채권, 금융저축, 주택 및 상가 등에서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식과 채권의 평가지수는 100.7에서 96.2로 크게 떨어졌다. ◆ 경기회복 속도는 다소 완만해질 듯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120.7),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심리(110.2)가 모두 3월보다 떨어졌다. '내수 위주의 고속성장'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4월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하반기에는 설비투자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 기대지수가 당분간 100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