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버그 파문'을 계기로 외국계 증권사와 리포트(분석보고서)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그동안 국내 증시의 '큰 손'인 외국인을 등에 업고 시장을 쥐락펴락해온 게 사실이다. 증권가에선 워버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외국계의 행태에 대해 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외국계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은 △과도한 목표주가 설정 △예상실적 부풀리기 △잦은 투자등급 번복 등을 일삼아왔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외국계의 신뢰도 추락=워버그 파문의 핵심인 삼성전자 리포트를 작성한 이 회사 서울지점의 조너선 더튼은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와도 '악연'이 있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결의 주주총회를 1주일 앞둔 지난 99년8월31일 더튼은 40여쪽의 보고서를 통해 당시 3만7천5백원이던 현대전자의 목표주가를 5만원으로 제시하고 '매수'의견을 냈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당시 현대전자가 석달 만에 3배나 올랐고 합병 후유증도 우려됐던 만큼 '상식밖의 일'로 여겼다. 워버그의 리포트 이후 한달 가량 강보합세를 보이던 현대전자는 하락세로 돌아서 6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하이닉스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발행 주간사였던 SSB(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도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SSB는 DR 발행 전인 작년 5월 '하이닉스가 2001년말까지 6천6백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1조2천9백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ING베어링증권도 새롬기술에 대한 투자의견 번복으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ING베어링은 2000년 1월 새롬기술의 적정주가와 투자의견을 22만5천원과 '적극 매수'로 제시했지만 11월에는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추고 적정가로 4천원을 제시했었다. ◆고쳐져야 할 관행=일부 외국계 증권사의 잘못된 관행은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를 물어 오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애널리스트의 현 연봉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봉의 대부분이 인센티브(성과급)인 데다 리포트로 인해 발생한 거래 수수료의 일정부분을 보너스로 받도록 돼 있다. 때문에 목표가와 투자의견을 자주 바꾸고 좋은 내용으로 리포트를 꾸며 기업에 호감을 사거나 투자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미국 월가를 뒤흔들리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의 '거짓 기업분석'파문도 잘못된 시스템과 그릇된 관행이 '주범'이라는 지적이 많다. LG화학 IR팀 관계자는 "워버그 파문은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가 아닌 외국계 증권사 국내지점 창구를 통해 거래하고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웃도는 상황에서 빚어진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이같은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워버그 파문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