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지나고 증시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오후 2시. 어김없이 그녀는 TV모니터에 모습을 드러낸다. 투자자들의 이목도 모니터를 향한다. 매끄러운 말솜씨와 차분한 분석력으로 오후장세를 꼼꼼히 진단하는 한경와우TV 박은숙 앵커. 이제 막 경력 3년을 채운 탈(脫) 초보지만 한경와우의 대표 얼굴로 증권가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녀가 증권가에 발을 내딛은 시기는 한경와우TV 개국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99년. 다른 케이블TV에서 다큐멘터리 프로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그녀는 동료 PD가 한경와우에 입사지원서를 낸다는 말을 듣고 따라갔다가 한 사람을 뽑은 앵커 분야에 합격했다. 한경와우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여서 바람도 쐴 겸 따라갔는데 인생이 달라지게 됐다. 합격소식을 들었을 땐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전공(불어)이나 다큐방송과 달리 증권분야는 그녀에겐 먼나라 얘기였기 때문이었다. 입사후 곧장 증권사를 찾아가 계좌를 텄지만 한동안 거래방식을 몰라 쩔쩔맸을 정도였다. 방송에 투입되기까지 넉달동안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집중교육을 받았다. 생소한 증권 용어들은 정리해 달달 외웠다. 그때 정리했던 용어만 A4용지로 40장 분량이나 된다. 근무시간을 제외하곤 경제신문이나 증시 관련 책자들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첫방송은 정오부터 1시간동안 진행하는 장세분석프로그램 "런치박스"였다. 남성진행자 없이 다른 여성진행자와 둘이 진행하는,당시로선 파격적인 방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오전장을 분석하고 오후장을 전망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을 2개월쯤 하다가 오후 1시부터 혼자서 진행하는 "라이브스탁"을 맡게 됐다. 그녀는 점차 한경와우의 메인앵커로 자리잡아갔다.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하고 순탄한 진행이 장세분석 프로의 핵심인 신뢰성을 심어준다는 평가를 얻었다. 현재 맡고 있는 "증시포커스"도 그녀의 차분한 진행이 돋보인다는 반응이다. 입사초기 "네가 증권방송을 할 수 있겠느냐"며 걱정하던 부모님도 가장 충실한 모니터 요원이 됐다. 증권방송을 진행하면서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표정관리였다. 박 앵커는 "상승장이나 하락장에선 표정이 중요하다"며 "가끔 "주가가 떨어져 난린데 뭐가 좋아서 웃느냐"고 야단치거나 "왜 표정이 굳었냐.투자한 주식이 떨어졌느냐"고 묻는 시청자들도 있었다"고 얘기했다. 지금은 표정관리에 자신이 생겼다. 요즘엔 전화나 e메일로 종목을 추천해달라고 조르는 시청자,하염없이 투자손실에 관한 푸념을 늘어놓는 시청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곤 한다. "앞으로 장세분석 프로보다 좀더 자유로운 형식의 방송을 진행해보고 싶어요.이를테면 두 라이벌 회사 IR(기업설명회)담당자들을 불러놓고 토론을 붙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요.물론 어떤 프로를 맡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겁니다." 글=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